최근 들어 기업들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사외 이사들은 여전히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사외 이사들이 일년에 한번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사외이사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금융감독원과 거래소ㆍ코스닥시장 등에 따르면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지난 17일까지 91개 상장ㆍ등록사가 공개한 사외이사 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반대 또는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곳은 KT와 외환은행, 외환카드, 남선알미늄 등 4개 상장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등록 기업 중에는 사외이사가 반대 또는 조건부 찬성을 표명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지난해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사외이사를 둔 기업은 상장 11개사와 등록 9개사 등 모두 20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장기업인 성신양회, 등록기업인 한국트로닉스ㆍ한솔창업투자 등 3개사의 사외 이사들은 지난 1년 동안 단 한명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잘 갖춰진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상당수 기업들이 사외이사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안건의 사전배포, 전담직원 배치 의무화 등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