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이창호의 세력바둑

제2보(13~35)


흑13에서 21까지는 이렇게 될 자리였다. 초심자들은 이 수순을 외워둘 필요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백이 큰 이득을 챙긴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직 좌상귀에는 갖가지 뒷맛이 남아 있으며 흑의 외세도 여간 두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순 가운데 흑17로 참고도1의 흑1에 연결하는 패턴도 일단 고려할 수는 있는 문제지만 지금의 배석 상황에서는 지극히 미련한 착상이다. 백이 2, 4로 안정하고 나면 흑의 외세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백22의 침입은 시급하다. 흑이 먼저 23의 자리에 철주를 박으면 우상귀 일대가 모두 흑의 확정지로 굳어질 것이다. 흑25로 한걸음 물러서는 이 수법. 이것 역시 초심자들은 단단히 기억해둘 수순이다. 참고도2의 흑1에 젖히는 것은 백2 이하 9까지 되게 마련인데 실전의 진행에 비하여 백의 실리가 월등히 좋다. 게다가 장차 백이 A에 끊어 싸울 여지도 약간 남으므로 흑으로서는 꺼림칙한 진행이다. 사이버오로의 해설실에는 이재웅 5단 옆에 서봉수 9단이 앉았다. 원래의 담당은 이재웅인데 서 9단은 스스로 조수 노릇을 자청한 것이다. “이창호의 세력바둑이라…. 그거 오래간만에 구경하네.”(서봉수)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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