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발행되는 신권에 맞춰 우정사업본부가 시도하고 있는 화폐 자동화기기 도입사업이 업체들의 입찰 포기로 두 차례나 유찰되면서 '저가입찰' 논란에 휩싸였다.
12일 금융자동화기기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부터 우정사업본부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통장겸용현금자동지급기(CDP) 등 1,500대 규모의 자동화기기 도입 사업자 모집에 두차례 나섰지만 관련업체들이 '책정된 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이유로 응찰하지 않으면서 모두 유찰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이와 관련 세번째 입찰을 13일 실시할 예정인데 그 결과가 주목된다.
우정사업본부가 도입하려는 자동화기기 물량은 ATM기 393대와 CDP1,060대, 동전교환기 10대 등 모두 1,463대로 총 203억원의 관련 예산을 배정했다.
업체들이 주장하는 논란의 핵심은 '정부 산하기관이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적은 예산 편성만을 내세워 사업을 진행' 해 결국 업체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
자동화기기 업체들은 "우정사업본부가 발주한 물량은 자동화기기 도입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기존 금융권과 비교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으로 25% 이상 낮은 단가를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을 포기했던 A사 담당임원은 "새롭게 개발된 기기는 기존 기계와 달리 원가가 높아서 업계의 시선으로 볼 때는 우정사업본부가 책정한 가격으로 수주하면 결국 밑지는 사업을 해야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B사 부장은 "시중은행의 단가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 입찰을 했겠지만 가격 격차가 너무 커서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체국금융이 첫 발주를 했기 때문에 향후 금융권의 입찰과정에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업계가 높은 단가를 받기 위해 담합을 통해 고의적으로 입찰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일단은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좀 더 높은 단가를 책정해 재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진행하는 자동화기기 금융사업의 단가는 대당 3,000만원 안팎. 반면 우정사업본부가 발주한 물량의 예산은 200억원으로 대당 2,200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