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달러당 1,170원대가 깨지면서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바이어 이탈을 우려하고, 일부 경공업 업종에선 수출계약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넉달새 환율하락폭이 10%를 웃도는데다 하락기조가 추세로 굳어질 것으로 보고 잇따라 비상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달러 과잉 공급에 엔화 강세, 위안화 평가절상 전망 등으로 인한 환율하락기조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4ㆍ4분기 및 내년 사업전략 설정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큰 폭으로 순익이 떨어진 데 이어 환율 하락으로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연간 130억원 가량의 환차손을 입게 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수출가 인상을 희망하고 있지만 딜러들과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업으로 홍역을 치른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기준 환율을 1,100원으로 잡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파업에 이어 환율까지 내리막길을 걸어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의 수출 경쟁력이 침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는 수출의 50% 가량을 달러로 결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연간 300억원 가량 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올렸던 조선업계도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이는 80~90%를 수출에 의존하는 화섬업계도 마찬가지. 중국에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매출 하락에 고심하고 있다.
중소기업체 가운데는 이미 수출할수록 적자를 내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는 최근 환율 하락으로 수출실적이 20% 이상 줄었다. 선적할 때마나 수천만원씩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특히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임금 상승에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중국 등 해외로 생산기지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