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투자부진으로 활성화가 더딘 와이브로(무선휴대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새로운 이동통신사 설립으로 정부가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4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미 국제표준으로 채택됐으나 와이브로가 음성통화까지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검토해볼 만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와이브로가 활성화될 경우 소비자로서는 통신비를 낮출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콘텐츠 제작사에 망을 개방, 콘텐츠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계 30개국 이상이 와이브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경쟁이 불가피한 유럽형 이동통신 기술 발전도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와이브로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문제는 현재 수도권에 한정된 이용범위를 전국적으로 넓히기 위해 어떻게 추가 투자를 유도하느냐다. 새로 통신공기업을 만들어 정부 재원을 투자해 망을 넓히고 민간 사업자에게 싼 값으로 임대하면 되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므로 법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외국 정부 등은 기간통신사업 면허를 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SK텔레콤과 KTF가 자체 수도권망을 구축해놓고 있으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국망을 확보하기 위해 4조원 이상 드는 추가 투자비 부담을 덜어주거나 낮은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해 기지국이나 중계기 등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경감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면에도 와이브로는 음성과 데이터가 구분 없이 전송되는 인터넷전화(VoIP) 방식으로 통화 도중 부분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을 해결할 수 있다.
우수한 기술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많이 쓰는 기술이 우수하다는 말이 있다. 결국 와이브로의 장래는 얼마나 이 시일 내에 세계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달려 다. 궁극적으로 4세대 이동통신은 음성통화 기능을 탑재한 와이브로와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유럽형 이동통신(GSMㆍCDMA)의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먼저 개발한 토종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