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브라질·아르헨티나에 300억弗 투자약속등 원자재 수입과 투자연계 다양한 경협안 만들어
입력 2004.11.25 16:41:24수정
2004.11.25 16:41:24
‘에너지 자원을 잡아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중인 중국이 적극적이다.
남미를 비롯한 자원부국에 대한 시장 개척과 에너지 확보를 연계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에너지만을 노골적으로 확보하지 않고 시장성이 높은 국가에 대한 투자와 무역 등 각종 경제 교류를 통해 은근히 자원을 확보해나가는 실속전략이 특징이다.
한국도 뒤늦게나마 에너지 확보전에 나섰지만 중국에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끝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은 한국과 중국의 에너지 외교가 어느 정도 차이 나는 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3,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전대차관 협정과 메르코수르와의 자유 무역 타당성 검토, 경제ㆍ무역 협력, 자원 개발 협력, 문화ㆍ학술교류확대 협력협정서에 서명을 확대했다.
아르헨티나에 3,000만달러의 자금 지원을 통해 경제적인 교류를 확대하고 앞으로 에너지 개발을 논의하는 등 낮은 수준의 국가간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정부는 미진했던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자평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는 확연히 달랐다. 후 주석은 APEC 정상회의(20~21일)가 열리기 훨씬 이전인 12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잇따라 방문해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이끌어 냈다. 남미는 열광했다. 후 주석은 가는 곳 마다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으로부터 시장경제지위(EMS)를 인정받는 대신 300억 달러가 넘는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브라질에게 도시철도 유전개발 주택 건설 통신 등 자원 및 인프라 분야에서 향후 3년간 100억 달러, 아르헨티나에는 10년간 197억 달러, 칠레는 구리광산 20억 달러 등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브라질과는 3년 내 중국과의 교역 규모를 지금의 2배 수준인 200억 달러로 키우기로 합의했고, 철광석 알루미늄 아연 목재 등 중국에 필요한 원자재의 장기 공급 계약도 맺었다.
자원의 보고인 남미를 향한 한국과 중국간 경쟁의 격차는 3,000만달러와 300억달러 이상일 수도 있다. 마인드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거액을 투자하기 전까지 중국이 착실하고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친 반면 한국은 남미 자원외교의 구상만 있었을 뿐 이렇다 할 실행계획 조차 세우지 못한 탓이다.
원자재 수입과 투자를 연결하려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은 남미 경제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중국이라면 무조건 협조하려는 게 현지 분위기다. 그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얻을 게 많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의 파상적인 공세는 미국에게도 부담이 될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 “양 지역이 서로를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인식하는 이유는 고도 성장으로 엄청난 원자재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의 시장 잠재력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남미 국가들의 산업 특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텃밭(background)이었던 남미도 이제는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지만 그나마 자원외교가 이전보다 강해진 것만은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월 카자흐스탄 국빈방문을 통해 첫 발을 내딛은 카스피해 자원개발이 주목된다. 카스피해 일대는 중동지역에 버금가는 유전지대로 각광받는 곳이다.
연이은 러시아 방문에서 동시베리아 극동지역 유전을 석유공사와 러시아 국영석유회사가 공동개발하기로 협력약정(MOU)을 체결한 것도 향후 원유 자주개발 능력 고양과 원유 도입선 다변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카스피해 해상석유 개발은 ‘탐사광구 선정을 위한 의정서’를 카자흐스탄 국영석유공사와 한국 컨소시엄(대표 석유공사)이 맺었을 뿐이다. 동시베리아 유전개발도 아직은 포괄적 합의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해외 자원개발 등 시장개척에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지원책이 혼선을 빚으며 뒷다리를 붙잡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월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확보한 미얀마 가스전 공동개발에 인도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지분 참여 요구를 간단히 수용, 대우측의 수익성 극대화 전략에 차질을 준 것이 대표적 예.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분 100%를 보유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해 어느 정도 탐사결과가 가시화한 뒤 지분을 팔아 매각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할 계획이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가장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SK(주)가 외국인의 경영권 공격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훌쩍 넘으면서 해외 유전개발 참여시 정부의 지원자금 이용대상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던 한 기업인은 “대통령과 함께 외국에 나가면 기업인들?기를 살려주고 기업활동에 많은 지원이 이어질 것처럼 얘기가 나왔다”며 “실질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자원외교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