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폭등세를 지속하면서 외환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3일 명동 외환은행 본점 외화출납부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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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투기세력이 '달러 씨 말린다'
"당국 개입 어려운 점 악용 베팅"…개인들도 가세 양상해외 언론·IB, 위기說보도·환율전망 상향하며 맞장구투신 하루새 1만2,000계약 '묻지마 매수'도 한몫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폭등세를 지속하면서 외환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3일 명동 외환은행 본점 외화출납부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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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1,000만달러) 사는데 환율이 5원이나 뛰더군요. 평소 같으면 10전 정도 움직일까 말까인데…." (A은행의 한 외환딜러)
'달러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달러화 강세, 경상수지 적자 등 달러매수 요인이 가득한 상황에서 환율급등으로 해외펀드에서 환손실을 본 투신권이 환위험 헤지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연일 달러선물을 사들이며 현물환시장의 달러 품귀를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강달러 기조를 등에 업고 외환당국의 개입이 어려울 것으로 패를 읽은 역외 투기세력이 쏠림 분위기를 조장하며 세를 몰아가고 있는 점도 폭등세의 주원인으로 관측된다.
◇시장에 달러가 없다=외환시장에 달러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7월 현재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누적적자는 78억달러, 110억달러에 달한다. 주식과 채권에서 외국인의 자금이탈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달러화 초강세로 달러 베팅 세력은 확대됐고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사수를 위해 스와프시장에서 달러조달을 꺼리고 있다. 반면 투신권ㆍ수입업체의 수요는 환율상승과 맞물려 극대화되고 있다.
이날 환율이 개장 6분 만에 1,140원을 넘어섰고 30분 만에 1,150원 고지를 돌파한 이유도 매물공백으로 소규모 매수가 급등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한은이 스와프시장에서 풀었던 달러를 회수하면서 매수 세력의 마음이 급해진 것 같다"며 "오전 1,000만달러를 매수하는데 5원이나 급등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상시 이 정도 액수면 10전 정도 움직일까 말까 하다"며 "수출업체가 달러를 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외화자금 팀장도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오전 10개를 주문했지만 체결은 1개만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국을 비웃는 투기세력… 개인도 가담=전문가들은 환율 폭등 이면엔 역외 투기세력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 폭등은 수입업체와 투신권 등의 실수요 요인이 있지만 투기세력의 역할도 상당히 컸다"며 "투기세력은 외환보유액 감소를 겨냥해 정부가 개입에 나서면서 달러가 싸진 틈을 타 반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엔 투기세력이 당국의 시장개입이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강달러를 배경으로 원화약세에 더 강하게 베팅 하며 상승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교롭게 해외언론과 해외투자은행(IB)도 이 같은 역외세력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더타임스 등 해외 언론은 최근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고 골드만삭스와 UBS 등은 환율 전망치를 1,3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폭등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에 개인마저도 투기에 가담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전 연구원은 "최근 달러선물 투자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이는 아주 이례적인 모습으로 투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투신권 묻지마 매수 폭등세 주역=투기세력과 함께 투신권이 최근 폭등세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투신권은 지난 1일 5,700계약(1계약 5만달러), 2일 4,000계약에 이어 이날은 무려 1만2,000계약을 쓸어담았다. 투신권의 달러선물 매수는 달러조달 창구인 은행의 현물시장에서 매수로 이어져 환율상승을 이끈다. 투신권은 또 달러선물 매수와 함께 선물환시장에서도 매수에 나서며 외환시장의 달러매수 심리를 강력하게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신권이 달러선물 매수에 나선 이유는 해외펀드의 환손실 때문이다. 투신권은 해외펀드 정산 시 달러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매도포지션을 잡고 있는데 환율이 상승하면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일정수준 이하로 손실이 날 경우 투신권은 선물회사에 증거금을 납입해야 하는데 현재 자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금을 추가 납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해외펀드 자체에서 매도포지션을 청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매수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1,100원대로 폭등하면서 투신권의 해외펀드 환헤지용 달러매수가 폭주하고 있다"며 "환율상승이 투신권 손절 매수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면서 연일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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