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표' 작용한 듯… '전화방식 조사 한계' 지적도 일각선 '표현의 자유 위축돼 여론조사 민의 대변못해' '적극 투표층 고려 안한 여론조사, 표심 왜곡' 우려도
입력 2010.06.03 15:23:02수정
2010.06.03 15:23:02
6·2 지방선거 개표 결과는 그간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와 딴판이었다.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의 개표 결과가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5% 포인트 이상 앞섰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여론조사는 완전히 뒤집혔다. 오 후보(47.5%)가 한 후보((46.8%)를 제치고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거둔 '진땀승'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접전지역으로 분류된 강원도 마찬가지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 10% 포인트 안팎으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껑을 연 결과 이광재 후보는 53.4%를 획득해 이계진 후보(46.6%)에 승리했다.
인천시의 개표 결과도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달랐다. 여론조사에선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10% 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차이로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앞섰지만, 개표에서 송 후보는 53.0%의 득표율로 안 후보(44.1%)를 크게 이겼다.
이 같은 결과는 2일 오후 6시 발표된 방송 3사(KBSㆍMBCㆍSBS) 공동출구 조사에서 어느 정도 예측됐다. 3사 공동출구조사에선 그간 여론조사와 달리 오 후보 득표율이 47.4%로, 한 후보(47.2%)와 0.2% 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서도 송 후보(52.1%)가 안 후보(44.2%)를 따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KBS는 3일 "방송3사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는 경이로운 정확성을 보였다"면서 "광역단체장의 경우 한나라당 6곳, 민주당 7곳, 자유선진당 1곳, 무소속 2곳으로 당선자를 정확히 예측했고, 특히 박빙의 승부로 나타난 서울시장 출구조사는 오 후보의 득표율 47.4%까지 족집게처럼 맞췄다"고 밝혔다.
방송은 "인천시와 경기, 충남, 경남, 강원 등 다른 광역단체장 출구조사에서도 기존의 여론조사와 다른 흐름이 나타났지만 결국 출구조사가 최종 개표 결과와 득표율까지도 거의 차이가 없이 들어맞았다. 보수성향 후보 10곳, 진보성향 후보 6곳의 당선을 점친 교육감 선거 출구조사도 정확했다"고 밝혔다.
방송3사 출구조사는 KBSㆍMBCㆍSBS가 미디어리서치 등에 의뢰해 전국 600개 투표소에서 투표자 1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여론조사는 개표 결과와 이토록 달랐던 것일까. 한국일보는 여론조사가 개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평소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숨은 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초 여야는 선거 전 숨은 표를 5∼15% 안팎으로 예상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해 경기 수원 장안의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20% 포인트나 뒤졌지만 결과는 7% 포인트 앞선 경험을 토대로 야당 성향의 숨은 표가 10% 안팎일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10% 안팎의 지지율 차이로 뒤졌던 서울과 강원에서의 초반 개표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반 전화 방식의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일반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수용자들은 주로 중장년층이라면서 젊은 유권자 표본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화 방식의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자유가 위축돼 여론조사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이 표심을 왜곡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적극 투표층 등을 고려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판세'를 미리 예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후보에 대한 소극적 지지자들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경쟁 후보보다 지지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면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