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옥죄어 오는 지난 대선자금 파문에 대해 `국지전`대신 `전면전`을 선택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뇌관`으로 생각하고 있는 정치자금을 찔끔찔끔 털어내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여야 모두 완전히 털어내고 새 출발을 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제의에 대해 “여야가 함께 대선자금 내역을 밝히자는 것은 속보이는 호도책이자 물귀신 작전”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초강수 대응 배경 = 노 대통령이 여야 대선자금 공개와 국민검증 제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지난해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큰 몫을 해준 `희망돼지`가 `새빨간 거짓`으로 매도되고, 또 이 의혹이 계속 증폭될 경우 정권의 뿌리가 크게 흔들릴 것이란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한 발짝 물러서 있던 자세를 정반대로 고쳐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 대통령이 15일 오전7시 관저로 문희상 비서실장과 자신, 문재인 민정수석을 불러 이런 계획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문 실장, 유 수석, 문 수석과 관저에서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던 지난 13일 전면전을 선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실장은 “노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선거는 한국정치 사상 유례없이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 대선자금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의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국민들에게 불편을 줄 뿐이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전망 = 문 실장은 “노 대통령의 뜻은 준비자금을 비롯한 모든 대선자금의 사용처와 규모등을 고해성사하듯 국민앞에 밝히자는 것”이라면서 “다시말해 홀라당 전부 까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 논란이 정파건의 소모적 정쟁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이제 정치 개혁의 소중한 계기로 승화, 발전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선자금 공개방식은 선관위와 검찰이 맡아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여야 합의만 된다면 특검형식도 무방하다는 뜻도 전달됐다.
정치인들에게 돈을 대준 기업인들은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그러나 야당인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대제의를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발표가 있자마자 강하게 `무슨 얘기냐`며 크게 반발한 것은 여야가 또 한 고비의 진실게임이 남아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