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적자 해법 민영화 뿐이다

철도청의 적자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철도청은 지난해 총 8,27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17%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1998~2002년)의 누적 영업적자만도 무려 3조3,580억원에 달한다. 철도청의 영업수지는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이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문제가 여간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철도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 9,502억원을 지원했으며 금년에도 1조963억원을 예정하고 있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철도청의 적자폭 확대는 수입에 비해 비용이 큰 고비용 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철도청의 영업 현황을 보면 수입은 연평균 증가율이 1.8%이나 비용은 4.8%로 비용 증가율이 수입에 비해 2.7배나 높다. 수입구조도 서비스의 차별화라던가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통한 새로운 수요 창출보다는 요금인상에만 의존, 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철도청의 이 같은 만성적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민영화를 전제로 한 `철도산업 구조조정 특별법` 등 관련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노조는 민영화 반대와 해고자 복직을 내걸고 다음달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도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법안 통과에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어 당분간 해법을 찾기가 어렵게 돼 있다.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에 국회가 동조하는 꼴이다. 정작 문제는 철도청이 경부고속철도를 통합하고 난 이후이다. 일반철도 건설비는 국가에서 지원하지만 경부고속철은 총 건설비 18조원 가운데 정부가 35%만을 지원하고 나머지 65%인 11조원은 공단이 해외차입이나 채권발행 등을 통해 조달했기 때문에 반드시 갚아야 한다. 철도청이 고속철을 통합 운영하는 내년부터는 적자가 매년 1조8,000억원에 달하며 2020년에는 28조원의 누적부채와 50조원의 정부재정 부담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일반철도뿐만 아니라 고속철까지 동반 부실하게 될 판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는 좋은 교훈이 된다. 일본도 지난 1987년까지 국철의 만년적자로 재정이 휘청거렸다.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는 노조의 반대를 물리치고 국철을 7개사(여객회사 6개ㆍ화물회사 1개)로 쪼개 민영화를 단행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경영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돼 지금은 일본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 상위에 랭크 되어 있다. 비단 일본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철도청 적자의 해법은 민영화에서 찾아야 한다. 고속철의 운영권을 둘러싼 논쟁은 그 다음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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