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나이키를 이겨보자

운동화 브랜드의 대명사 나이키를 압도할 한국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까.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한번 상상해보자(뭐 상상하나 마나 결론은 뻔하다). 독자여러분은 섭섭하시겠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그런 ‘초대형 사건’은 적어도 10년 안에는 도저히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일반인에게 형성된 나이키 브랜드는 타이거 우즈(골프), 미셀 위(〃), 마이클 조던(농구)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이미지와 중첩돼 있다. 이 때문에 나이키는 공중을 붕붕 나는 화려한 플레이(마이클 조던)이거나, 어떤 악조건에서도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샷(타이거 우즈), 성의 두터운 벽을 허물어보려는 끈질긴 도전의식(미셀 위) 등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큰 화두로 삼아 어떻게 변해야 할지, 또는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 두리번거리고 있다. 기자 역시 지난주 내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FTA 효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나 “어떤 것들을 점검하고 보강하고 있느냐” 등을 묻고 대답하며 결론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탐침 결과를 독자여러분에게 고백하자면 이렇다. 한미 FTA가 발동한다는 것은 ▦‘계절이 바뀌는 것(작은 규모의 변화)이 아니라 기후가 바뀌는 것(거대 규모의 변화)’ ▦바뀌게 되는 기후는 우리 사회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에 새로운 기후에 멋지게 적응한다면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지만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등이다. 좀더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앞으로는 미국 브랜드(또는 미국에 거점을 마련한 다국적 브랜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만 갖추고 체급에 상관없이 경합해야 하고 이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대성공을 거두거나 최악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가 바뀌고 무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한미 FTA 시대에 기대하는 또 다른 효과는 ‘기업가의 도전의식’ 자극이다. 각종 규제와 법률, 정치ㆍ사회적 환경 등을 이유로 그동안 우리 기업이나 기업인들은 개발연대에 비해 선구자적인 도전의식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새롭게 도전할 대상이 적은데다 도전에 따른 위험만 높아진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가의 ‘도전 본능’을 자극할 계기나 고비도 많지 않았다. IMF 체제가 기업들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주력했을 뿐 눈을 크게 뜨고 글로벌 무대를 향한 도전의식을 불태우는 계기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한미 FTA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차원에서 분명한 것은 새로운 환경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대성공을 거둔다면 잠자고 있던 우리 기업인들의 도전 본능을 다시 일깨우는 기준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야기의 물꼬를 살짝 돌려보자. 한미 FTA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는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성공 모델이 무척 절실하다. 이왕이면 나이키 정도의 초특급 강자와 겨루는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발생한다면 최고의 약효를 나타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여러 제약조건을 감안할 때 한미 FTA 시대에 걸맞은 성공 모델이 등장하기 쉽지 않다. 나이키와 맞붙을 정도의 대형 사건을 만들기에는 체력과 덩치를 키울 ‘사회적 스타기업 육성 시스템’이 준비돼 있지 않다. 무한체급의 경쟁시대에 걸맞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 우리도 나이키를 한번 이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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