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깜빡이에 우회전… 청개구리 한국은행
환율 급락·성장률 낮춘날금리 동결… "좌측 깜빡이에 우회전"1불=1054원 곤두박질… 원·엔도 1100원대 진입
신경립ㆍ이철균ㆍ이연선기자 klsin@sed.co.kr
이쯤이면 '청개구리 한국은행의 이율배반 통화정책'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하자 한 금융지주 회장은 "종잡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통화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아침부터 환율이 급락하고 자신들이 경제성장률을 낮추던 날 금리를 동결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이날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원ㆍ달러 환율은 단숨에 1,060선을 뚫고 내려갔다. 기업들이 '생존 경계선'이라는 1,050원대로 들어온 것이다.
반면 엔화가치는 계속 치솟고 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전날보다 1.06엔 오른 달러당 89.35엔에 거래됐다. 90엔을 눈앞에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도 덩달아 급락해 2년반 만에 100엔당 1,100원대에 진입했다. 시장이 출렁이자 시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하지만 결과는 동결. 한은 발표 이후 환율은 낙 폭을 더욱 키웠다.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 돈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간단한 경제학 원리를 한은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오후 한은이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은 '우울함' 자체였다. 스스로 성장 전망치를 낮추면서 금리는 내리지 않는 이율배반의 통화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한은은 브리핑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3.2%에서 2.8%로, 2012년은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2012년 2%대, 2013년 2%대 성장이면 두 해가 다 성장잠재력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 방향에서는 '저성장 지속'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깜빡이를 켰으면서 정작 운전대는 다른 곳을 향한 것이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좌회전 신호를 넣은 뒤 우회전하는 우를 또 범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기준금리는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1ㆍ4분기 중에 내릴 수 있다는 식의 발언에는 공감할 수 없다"면서 "경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이미 지난해 말에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금리정책이 또 실기했다는 얘기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