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별거 등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에는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유책주의'의 예외를 과거보다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이모(43)씨가 남편 김모(47)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혼인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부부 한 쪽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에 대한 법적·사회적 의의가 감소되고 있다"며 "부부가 1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별거해왔고 이씨가 다른 남성과 사실혼 관계를 맺어 자녀까지 가진데다 남편 김씨가 잦은 음주와 폭행으로 부부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점에 비춰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된 상태에서 이혼을 청구한 배우자의 유책성이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에 비해 중하지 않을 때는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