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월드, 한국4인방 동반부진
미국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한국선수들이 한명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한 채 부진하게 출발했다.
지난해 챔피언 박세리(23·아스트라)는 13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발레호의 히든부르크GC(파72·6,359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첫날 경기에서 마지막 홀 버디에 힘입어 이븐파 72타로 공동8위에 랭크돼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미현(23·ⓝ016·한별텔레콤)은 1오버파 73타(공동11위), 강수연(24·랭스필드)은 2오버파 74타(단독15위), 박지은(21)은 4오버파 76타(공동16위)를 각각 기록했다.
선두는 팻 허스트, 아니카 소렌스탐, 멕 맬론, 줄리 잉스터 등 4명으로 모두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김미현은 이날 한국선수중 가장 기복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5경기 연속 「톱5」에 들었던 김미현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듯 침착한 플레이로 언듈레이션(경사)이 심한 코스를 공략해 보기1개에 파17개를 기록했다. 김미현의 유일한 보기는 파3의 3번홀에서 나왔다.
145야드의 이 홀에서 8번 아이언을 잡고 친 샷이 조금 길어 홀 위쪽 7㎙ 거리에 떨어졌으며, 첫 퍼팅이 2단 내리막 그린을 타고 빠르게 굴러 거의 3㎙나 내려갔고 파 퍼팅은 짧아 홀 50㎝ 앞에 멈춰섰다.
가장 기복이 심했던 선수는 박지은. 박지은은 전반적인 샷 난조속에 이날 트리플보기 1개에 보기4개, 버디3개를 기록했다. 강수연은 첫 홀 버디로 기세 좋게 출발했으나 퍼팅감이 살아나지 않아 2, 3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무너졌으며 3퍼팅을 4개나 했다.
버디와 보기를 각각 3개씩 한 박세리는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해 핀 공략에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파 세이브가 어렵다』고 코스를 설명한 뒤 『이븐파면 만족할 만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 박지은 전반 트리플보기 '와르르'
「9홀 41타, 버디없이 보기2개와 트리플보기1개.」
이날 박지은은 전반 9홀 동안 아마추어 골퍼들과 별다를 것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트리플보기를 기록한 5번홀은 최악이었다. 545야드. 다소 내리막인 파 5의 이 홀에서 박지은은 무려 7타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다.
티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며 덤불 투성이인 언덕에 떨어졌고, 세컨 샷은 클럽이 덤불에 감기면서 열려 볼이 더 위쪽 산등성이로 올라가 버렸다. 이어 세번째 샷은 클럽헤드가 볼은 맞추지 못하고 아래 덤불만 훑고 지나가면서 볼이 조금 떠올랐다가 다시 그 자리에 떨어졌다.
4번째 샷은 덤불만 겨우 탈출해 아래쪽 러프에 떨어졌고, 5번째 샷만에 페어웨이를 밟았으나 6번째 샷에도 온그린을 시키지 못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깊은 러프에서 미스 샷을 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칩 샷으로 홀 1㎙에 볼을 붙인 뒤 1퍼트으로 끝내 겨우 트리플보기로 홀아웃한 박지은은 바로 아버지 박수남씨를 찾으며 『아무것도 안된다. 어지럽고, 볼도 잘 안보인다』며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다.
■ 이모저모
○…이날 선수들은 모두 터치 플레이를 했다. 골프규칙중 로컬 룰 규정에 따라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프리퍼드 라이란 코스상태가 불량하거나 진흙 등이 깔려있을 경우 볼을 들어올려 닦은 뒤 1클럽이내에 리플레이스할 수 있는 규칙을 말한다. 러프는 제외된다. 이날 코스는 전날까지 내린 비로 습기가 많았고 곳곳에 진흙이 있었다.
○…이날 경기는 흐린 날씨에 시속 12㎞에 이르는 바람이 부는 가운데 시작됐으며, 선수들이 겹겹이 옷을 껴입고 장갑까지 낄 만큼 몸을 움츠려 언더파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기시작 1시간 뒤부터 해가 나면서 기온이 올랐고, 로컬 룰에 따라 선수들이 샷 할 때마다 볼을 들어올려 닦은 뒤 옮겨놓고 치면서 20명중 7명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이날 박세리의 남자친구인 로렌스 첸과 새로 영입한 코치인 톰 크리비(30)가 박세리를 따라다니며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박세리는 리드베터 골프스쿨시절 전담코치였던 크리비와 연간 4만5,000달러에 투어전담코치 계약을 맺었다.
/발레호(미국 캘리포니아주)=김진영기자eaglek@sed.co.kr
입력시간 2000/10/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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