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사업 실탄 마련 발판동부그룹이 오는 2000년까지 은행 및 신용카드업 등에 진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로 한 것은 금융사업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의 기초를 다지겠다는 의지다.
동부는 지금도 금융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체 매출에서 금융보험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동양그룹(48.7%)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반도체와 생명공학 등 미래형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튼튼해야 하고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첨단사업을 강화, 그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금융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보나 삼미, 기아 등 국내굴지의 그룹들이 올들어 경기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충분할 만큼의 실탄을 조달할 수 있는 병참기지(금융사업)를 확보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동부는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리스크가 높은 반도체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병참기지까지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것이 동부의 전략이다.
동부가 IBM과 공동으로 추진중인 차세대 반도체(256메가D램) 공장을 짓는데는 자체확보자금외에 1조6천억원의 외부차입이 필요하다. 동부 관계자는 『반도체사업이 초기에 시황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 대비,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그룹내 금융부문의 역량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주력기업인 동부화재가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 그룹의 부담을 덜어준 것도 은행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83년이후 자본금을 전액 잠식, 그룹 경영의 발목을 잡아온 주범이었다.
그러나 동부화재는 96 사업연도(96.4∼97.3)에 6백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누적적자를 크게 줄이면서 마침내 전액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됐다.
동부는 현재 ▲제조업 ▲금융보험 ▲건설유통 등 3개 부문에 걸쳐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재계서열 22위(자산기준)에 올라 있다.
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해 정부가 내년부터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를 크게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일정에 맞추어 금융부문 풀라인업체제를 30대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