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신용대출금리 산정시 적용하는 자체 신용등급(CSS등급)을 폐쇄적으로 운영해 고객의 공개 요구를 거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마다 CSS 평가 방식이 다르고 영업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평가 방식이 아닌 단순한 등급 공개마저 거부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비등하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모든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고객신용평가시스템(CSSㆍCredit Scoring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의 직업ㆍ재산ㆍ가족 등 신상정보와 거래실적ㆍ신용정보ㆍ연체정보 등을 분석해 CSS등급을 산정한다. 소비자들이 흔히 알고 있는 개인신용평가사(CBㆍ크레딧뷰로)의 정보는 참고만 할 뿐 신용대출 때 적용하는 금리는 바로 이 CSS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은행의 CSS등급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데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신용대출금리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알 필요가 있다.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신용 상태가 나아졌을 경우 자신의 신용등급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은행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고객이 등급 공개를 요청해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 고객은 "자신의 신용등급을 알아야 지속적인 등급관리가 가능하다"면서 "등급 공개 거부는 고객 입장에서 더 나은 등급을 제시하는 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비관세 장벽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 은행들의 CSS등급 비공개는 접근성이 보장된 개인 CB사의 신용등급과도 대조된다. 현행 신용정보보호법은 개인 CB사의 신용등급을 4개월마다 한번씩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개인이 추가적으로 돈을 지불하면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CSS시스템은 각 은행이 고객의 정보를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한 일종의 영업 노하우라는 것. 등급이 공개되면 평가 기준이나 방식도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은행마다 CSS등급 평가 방식이 달라 공개시 고객들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등급 공개를 반대하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같은 고객이라도 은행에 따라 등급에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고객들의 불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CSS등급 공개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CSS등급은 소비자의 열람 권한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개인 CB사의 신용등급과 성격이 다르다"면서 "등급 공개는 은행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지 당국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