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 칼럼] 청개구리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 침체 빠져
국가 경제 몸살 앓아
자산 디플레로 인한
저성장 함정 대비해야


부동산 시장은 동화 속 청개구리처럼 움직인다. 시키는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노무현 정권 후반 10여차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투기 열풍이 전국을 휩쓸더니 이제는 쏟아놓는 활성화 대책엔 아랑곳 않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횡보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이지만 본격적으로 하락을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주택 가격 지표가 제대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긴 하지만 지표상으로 보면 지난 2008년 고점 대비 서울 지역이 6%가량 하락했으며 강남 일부 지역과 대형 평수 기준으로 평균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2006년의 고점 대비 31%, 금융 위기 이후에만 12% 하락한 것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국가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우리 경제가 민감한 이면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주택이 우리네 가계 자산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재산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집 한 칸 마련하는 데 급급해 대부분의 자산이 주택에 묶여 있다. 더구나 주택 관련 금융이 발달하지 못해 그나마 가진 현금 자산이 주택 구매에 투자돼 있다. 우리나라 가구당 부동산이 가구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로 미국의 43%보다 높은 현실이 이를 잘 반영한다. 둘째는 자가 주택의 비중이 낮고 주택 자산의 불평등도가 높다는 점이다. 한국의 1,730만에 달하는 가구 중 자기 집을 가진 가구는 54%에 불과해 미국(66%)이나 영국(70%), 일본(61%)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자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주택자산 지니계수도 0.62로 높은 편이다. 셋째로는 임대주택제도가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주택자가 전체 가구의 46%에 달해 임대주택에 살아야 하는 가구가 많은데도 임대주택 수도 적고 임대제도도 정형화되지 못했다. 임대 유형이 다양하고 개인 간의 계약으로 이뤄지다 보니 결국 주택이 자주 빈부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양날의 칼이다. 가격이 올라도 걱정이요 내려도 걱정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자산 버블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분배 구조를 악화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사회문제가 된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하면 더더욱 큰 문제이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곧 가계 자산 가치의 하락이요 이는 가계 소비의 발목을 잡아 소비의 역자산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그 영향은 가계 소비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건설 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건설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건설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175만명 건설업 종사자의 소득을 감소시킨다. 최근 2년째 경제 성장률이 3%대를 맴도는 것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건설 투자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봐야 한다.

아직도 정부는 예전 같은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자산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시기이다. 더구나 우리 부동산 정책은 이미 정책의 탄력성을 상실한 상태여서 1990년대 일본이 겪은 부동산 가격 폭락의 악순환을 더 우려해야 할 때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1991년 3월 최고점을 찍은 후 20년간 하락세를 지속해 65% 가까이 떨어진 상태이며 이것이 일본 경제를 저성장 기조로 바꿔놓은 단초가 됐다. 이번에도 부동산 시장은 청개구리처럼 부양책과는 반대로 움직일 것 같다. 이제는 자산 버블보다는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저성장의 함정에 더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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