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리비아] 현지 상황 시위 트리폴리까지 확대 진압 수위 극도로 높아져 법무장관 항의 표시로 사표 외교관들도 잇따라 반기
입력 2011.02.22 17:50:15수정
2011.02.22 17:50:15
리비아 보안군이 전투기와 헬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등 리비아 유혈사태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학살에 버금가는 폭력적 시위 진압 방식에 대해 유엔은 물론 세계 각국이 비난하고 있지만 리비아 정부는 언론ㆍ통신ㆍ인터넷을 차단한 채 국제사회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이들의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공포 정치가 도를 넘어선 행태를 보이자 그동안 친정부 세력이었던 정부 고위 공무원ㆍ군인ㆍ외교관들마저 속속 무아마르 알 카다피 원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 42년 동안 흔들림 없이 지속돼온 카다피의 국가 장악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 8일째인 21일(현지시간) 범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는 목격자의 말을 인용, 공군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트리폴리 시내 여러 곳을 폭격해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시내 곳곳에 저격수가 자리를 잡고 시위대 참가자들을 노리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리비아 동부 해안도시 벵가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1,000㎞ 떨어진 트리폴리까지 확대되면서 정부 보안군의 진압 수위도 극도로 높아졌다. 전일 카다피 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이 관영TV 연설에서 경고했던 내전 가능성이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슬람권 사이트인 온이슬람넷은 시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또 반전쟁범죄국제연대(ICAWC)는 사망자 519명, 부상자 3,980명, 실종자가 1,500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의 철저한 통제 속에 내부 사정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 실제 인명 피해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군의 무자비한 시위대 진압은 친정부 세력들마저 카다피 원수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리비아 법무장관은 무차별 진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냈다. 일부 전투기ㆍ헬기 조종사들은 시위대에 대한 공격 명령을 거부하고 인근 몰타로 망명했다. 해외 체류 중인 리비아 외교관들은 잇따라 반(反)카다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알리 오잘리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는 "리비아인이 또 다른 리비아인을 죽이는 건 극도로 슬픈 일"이라며 "카다피는 늘 말하던 대로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주재 리비아 대표부 부대사는 "카다피에 대한 외교적 지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떠나지 않으면 리비아 국민들이 그를 제거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리비아 유혈 사태에 대해 "심각한 국제인권법 위반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전화통화로 카다피 원수에게 무력 진압 중단을 요구했으나 카다피 원수는 "불순불자들의 책동"이라는 해명만 되풀이했다고 유엔 고위관계자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