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화채표시채권(김치본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김치본드가 실종됐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김치본드를 상환하거나 신규 발행할 때 원화표시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발행된 달러화와 엔화표시채권 규모는 5,365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4월(8,299억원)에 비해 36%,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던 2월(1조960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발행기업 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김치본드를 발행한 기업은 대한항공과 GS건설 단 두 곳. 올 들어 한달 평균 6개 기업이 외화채권을 내놓았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 특히 지난달 19일 GS건설이 3억달러(약 3,224억원) 규모의 달러표시채를 발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보름가량이 지나도록 단 한 건의 외화채권도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외화표시채권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최근 외환당국이 김치본드 편법발행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김치본드 발행으로 확보한 달러를 통화스와프를을 통해 원화자금으로 바꾸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자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은 외국계 은행에 대한 공동 조사에 착수하고 발행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치본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발행수요가 급속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그동안 김치본드 발행기업 중 상당수가 편법 발행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 관계자도 “정부 규제가 구체화된 후 단 한 건도 발행되지 않았다”라며 “사실상 발행을 포기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치본드 발행이 어렵게 되자 원화채로 발길을 돌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2008년 7월 발행했던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외화사채를 갚기 위해 지난달 27일 2,000억원 규모의 원화채를 내놓았고 CJ 역시 국민은행에서 빌린 장기 차입금 1억700만달러를 상환하기 위해 1,000억원의 일반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외에 SK해운과 아시아나항공 등도 달러자금 수요가 발생했지만 외표채로 발행하기보다 원화채로 발길을 돌렸다. 한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단기외채 증가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서 김치본드를 보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이를 계기로 원화채권시장이 활성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