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그후 10년] 재벌 문어발식 확장의 두 얼굴 ■ '외환위기 그후 10년' 한국경제 좌표는 환란 원흉 지목받지만 성장동력 확보 기여도조선·전자·반도체·車등 혹독한 구조조정 거쳐…우리경제 버팀목 우뚝 김민열기자 mykim@sed.co.kr “한국 조선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3저 호황 당시 일본이 주춤한 틈을 타 초대형 도크를 신설했기 때문이다”(산업연구원 장석인 주력산업실 실장) 재벌 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IMF 사태를 불러온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2000년 이후부터 성장동력의 발판이 되는 아이러니도 연출됐다. 장 실장의 말처럼 70년대 초반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했던 조선업은 80년대 중반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 수주 잔량(주문 받은 물량)으로 평가하는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1위부터 5위까지 휩쓸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조선소 순위 톱 5에 랭크 돼 있으며 STX 조선과 한진중공업도 10위권에 들어있다. 지난 95년까지 이어진 ‘반도체신화’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세계적인 공급과잉 조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 중후장대형 설치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문제는 재벌 그룹들이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자신과 전혀 생소한 부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IMF 관리 체제가 가동되면서 ‘빅딜’이라는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옥석이 가려지게 됐다. 삼성, 현대, LG그룹 등은 외환위기 직후 반도체, 항공, 철도차량, 발전설비 등 7대 업종에 대해 ‘빅딜’이라 불리는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오늘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자동차에서는 기아차는 현대차를 새 주인으로 대우차는 제너럴모터스(GM)의 품에 안겼다. 반도체의 경우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가 LG반도체를 인수했다. 철강의 경우 INI스틸(옛 인천제철)은 강원산업을 합병, 세계 2위의 전기로 업체로 부상(이후 삼미특수강 인수)한데 이어 한국철강은 환영철강을 인수했다. 포스코는 신일본제철과 ‘포괄적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세계적 경쟁력을 다졌다. 그 결과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주력기간산업으로 재도약하며 산업발전의 토대가 됐다. 산업연구원 조사결과 조선산업의 경우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30.8%에 달해 세계 1위의 위상을 확보했으며 전자ㆍ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자동차산업은 세계 수출시장의 2.8%를 점유하며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석유화학과 일반기계도 세계 7, 8위를 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과잉투자는 외환위기를 몰고 오기도 해지만, 그 뒤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입력시간 : 2007/01/10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