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이 쏜 K-9 자주포 80발 가운데 10여발이 북한 무도의 해안포부대 막사 인근에 떨어진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국회 정보위원회 권영세 위원장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K-9 자주포 탄착지점 등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날 권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정보위원에게 무도 지역을 촬영한 아리랑위성의 사진 1장과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업용 위성의 사진 1장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전날 정보위원들에게 위성 사진 등을 공개한 뒤 빗나간 K-9 자주포 포탄 탄착지점만 부각돼 국회의원과 언론으로부터 “우리 군의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는 비판 여론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국정원, 아리랑위성 사진 등 추가 공개= 권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 군의 포탄은 서로 100m 가량 떨어진 2개 군 막사시설 사이, 1개 군 막사시설 옆에 집중적으로 떨어졌고 1발은 막사 끝쪽에 명중했다. K-9 자주포의 살상반경이 50m에 이르고, 탄착지점과 막사시설의 거리가 50m 이내여서 북한군의 물적 피해가 적잖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북한군이 해안포가 있는 동굴이나 갱도 등에 있었을 것이므로 인명 피해가 있었는지 여부는 속단하기 힘들다.
북한 강원도 김화군의 포병 중대에서 근무했던 한 탈북자도 최근 “대응 포격으로 북한 포병부대가 직접적 피해를 봤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122㎜ 방사포(다연장 로켓포)는 차량적재형이어서 기동성이 좋다. (한국군이 북한의 1차 포격) 13분 뒤 대응 포격을 했다면 북한 포병부대는 이미 갱도 안으로 다 숨은 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1~2일 정보위에 브리핑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K-9 자주포 80발 중 45발의 탄착지점이 확인됐다. 15발은 해안포를 발사한 북한 무도에, 30발은 122㎜ 방사포를 발사한 개머리 지역(연평도 북서쪽 약 17㎞)에 떨어졌으며 나머지 35발은 탄착지점이 확인되지 않아 대부분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전략정보기관인 '스트랫포'가 공개한 디지털 글로브의 위성사진을 보면 개머리 지역에 떨어진 30발 중 14발은 포대에서 50~200m 떨어진 논밭에 탄착지점이 형성돼 북한 방사포대가 타격을 입은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기상팀ㆍ정찰장비 없어 정확도 떨어져"=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각종 첩보 등을 토대로 스트랫포가 위성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개머리지역 방사포 진지를 향해서도 K-9 자주포를 쐈고 일부가 진지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군의 정찰자산으로 확인한 것이어서 합참이 공개하지 못할 따름이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한편 무도에 발사된 대응포탄 중 상당수가 바다에 떨어진 것은 해병부대에 기상팀이나 정찰장비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크워크 대표는 "대응사격 당일 풍속이 초속 2.3~4.4m로 풍속의 폭이 넓었고, 해병포대는 단독 기상팀이 없어 실시간 기상정보 취득이 안됐다. 개머리 지역에 대응사격을 하기 약 2시간 전인 오후 1시30분 기상 데이터를 가지고 사격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병대에는 최초 사격의 명중 여부를 확인하고 좌표를 수정하는데 필요한 정찰장비가 없고, 실시간 기상정보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여서 정확한 사격이 힘들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상업용 위성 사진 탄착군의 직경이 260m이며 오차가 큰 2발을 제외하면 150m 정도로 편차가 거의 없다. K-9 자주포 교범상 오차보다 작아 해병대가 사격을 아주 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