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경기전망 크게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은 8일 '2001년 경제전망'을 발표, 내년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5.3%에 이르고 소비자 물가는 연간 3.7%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잠재성장률이 5~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는 둔화되겠지만 특별히 나쁜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의 이같은 전망은 내년 하반기에는 기업.금융 구조조정도 마무리돼 시장이안정을 되찾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안정돼 세계경제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기업.금융구조조정이 부진해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미국경제의 연착륙 실패 등으로 세계경제성장세도 급속히 둔화될 경우 성장률은 전망치보다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내년 경기 낙관 = 한국은행이 내세운 성장률 전망치 5.3%는 잠재성장률 범위안에 들어간다.
최근 급속한 경기위축으로 `제2의 IMF'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현실과 견줄 때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볼 수 있다.
내년 경제의 주요 변수인 국제유가나 국내 노동계의 동투(冬鬪) 움직임, 증시침체와 환율불안,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여전히 불안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은 스스로도 △세계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되지 않고 △국제유가도 2.4분기부터 안정되며 △국내의 2단계 기업.금융구조조정도 순조롭게 진행됐을 때를 전제로한 산정한 수치라고 밝혔다.
또 내수경기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계층간 소득불균형도 크게 개선되기 어렵기때문에 실제로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경기보다 나쁠 가능성이 크다고봤다.
정명창(鄭明昌)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기가매우 좋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요즘 느끼는 경기둔화는 매우 심할 수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같은 분위기가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호전 = 한국은행은 2단계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반기까지는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겠지만 하반기에는 이런 현상이 완화되면서상대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상반기의 경우 5.1%, 하반기의 경우 5.4% 정도로 예상된다.
수치만으로 보면 상.하반기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지만 올해 두자릿수 성장률에서 내년 상반기 5.1%로 떨어질 때하고 하반기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 하고는천양지차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주요 위협요인이 된 국제유가도 1.4분기까지는 배럴당 30달러대를지속하겠지만 그후 점차 하락, 연간으로는 올해(30달러) 보다 다소 낮은 27달러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기업.금융구조조정일정이 내년 2월까지로 잡혀있어 최소한 1.4분기까지는 금융시장의 불안이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마무리될 경우 2.4분기부터는 금융시장도 제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요인 많아 = 한은이 예상한 내년 물가상승률 3.7%는 한은의 중기 물가목표 2.5 ±1%를 벗어나는 수치다.
한은은 연말에 정부와 협의, 내년 물가상승 목표를 정할 예정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중기 목표를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에는 에너지 세제개편으로 유류에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고 의보수가를 비롯한 공공요금도 인상조정될 전망이다. 내년 근원인플레이션도 연평균 3.6%내외가 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은 그러나 올해 상반기중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아 내년 상반기 상승률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하반기에는 이런 반사효과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이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