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식민사관 재생산하는 주류 국사학계

■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이주한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최근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서 고구려비가 새롭게 발굴됐다. 중국은 동북공정 학자를 비석 연구에 투입하면서 역사 왜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 측에서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비평가인 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1945년 조선총독부가 해체됐지만 총독부 산하에 있던 조선사편수회는 한국 주류 역사학계로 승계되면서 식민사관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광복 68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가 창안한 식민사관은 단 한 번도 종합적으로 검토되거나 해체되지 못했다"면서 "조선사편수회에서 한국사를 날조한 이들이 한국 주류 역사학계를 장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사편수회가 왜곡한 역사는 이른바 '실증주의'로 치장된 반면 독립운동가의 과학적 역사관은 '신념이 앞선 관념론' 혹은 '국수주의'로 평가 절하됐다.

책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영토 분쟁 중심에 놓여 있는 우리 고대사 문제를 가장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서울대 대학원장과 문교부 장관을 지낸 고(故) 이병도 교수의 역사관을 이어 받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중심으로 한 주류 역사학계가 고조선 개국을 단지 신화적 차원으로 단정하고 건국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오랜 역사를 통해 단군을 건국 시조로 인식해 온 우리 민족주의 운동의 전통이 4.19혁명, 광주 5월 항쟁, 6월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는 "역사관은 총체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함축하고 개인, 사회, 국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담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 중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바로 역사관"이라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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