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상파방송 재송신 중단 막으려면


지난 16일 오후3시. 1,500만 케이블방송 가입자들은 갑작스럽게 먹통이 된 KBS 2TV를 보며 분노했다. 지난해 11월과 달리 지상파방송사들과 법적 분쟁을 벌여온 고화질(HD) 방송은 물론 표준화질(SD) 방송도 볼 수 없었다. 송신 중단 책임은 일차로 케이블방송에 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즉각 케이블방송에 송신 재개를 명령하고 송신 중단이 3일간 계속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경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릇된 정책에 케이블 가입자 고통

하지만 즉각적인 송신 재개 명령은 실효성을 잃었고 케이블방송 가입자들은 28시간을 넘겨서야 KBS 2TV 채널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케이블ㆍ지상파방송 사이의 계약이 올해 말까지 한시적이기 때문에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협상을 이어가던 케이블방송은 왜 16일 오후 갑작스럽게 송신 중단을 강행했을까. 방통위는 2차 중단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왜 3일이라는 기한을 단서로 붙였을까. 지난해 11월 케이블방송의 지상파 3사 HD방송 송신 중단에 이어 이번 KBS 2TV 전면 송신 중단이 발생하기까지 방통위는 무엇을 했는가.

방통위는 재송신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런 해법은 무용지물임이 증명됐다. 재송신 분쟁의 핵심은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의 침해 여부였고 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겠다던 방통위가 시청자 권익보호, 지상파ㆍ케이블방송의 상생을 모색한다며 지상파방송 전체를 의무재송신 채널로 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문제는 더욱 꼬여갔다.

방통위는 케이블방송이 방송법상의 약관변경 신고와 이용요금 변경승인을 받지 않고 KBS 2TV를 재송신하지 않은 것은 가입자들과의 서비스 계약 파기이므로 그에 따른 행정처분을 내렸어야 했다. 특히 영업정지라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을 하고자 했다면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절차를 바로 진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라는 논점일탈의 오류에 빠져 '재송신제도 개선방안'이라는 맥락 없는 해법을 모색했다.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보장'은 월드컵ㆍ올림픽 같은 중요 스포츠 행사 등의 독점방송권을 따낸 사업자가 특정 방송에만 중계권을 주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항이어서 이번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

방통위가 재송신 분쟁과 관련해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에 상생을 주문한 것도 어불성설이다. 재산권 침해라는 불법행위에 있어 국가의 역할은 침해의 구제이다. 불법행위를 놓고 서로가 서로를 이롭게 해 살아가라는 것은 전제에 대한 심각한 착오가 아닌가.

이번 재송신 중단 사태에 대한 다양한 원인 분석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제대로 된 지상파 재송신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저작권법 위반이며 대가 협의의 어려움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해법은 재송신제도 개선이 아닌 법정허락제 도입이어야 한다.

법정허락제 도입이 분쟁해결 해법

케이블방송은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고 싶지만 대가 산정방식의 차이로 인해 협상이 결렬되고, 지상파방송 저작권 침해에 따른 이행강제금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KBS 2TV 재송신을 중단했다. 하지만 법정허락제도가 도입되면 케이블방송사 등은 대가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공탁하면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할 수 있다. 이행강제금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케이블ㆍ위성방송사와 가입자들에게 유리한 제도인 셈이다. 우리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자와 협의했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 법정허락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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