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의 2차 합의안도 거부하면서 정국이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두 번씩이나 합의안이 거부당하면서 사실상 협상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월호 정국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과 유가족 및 야당 강경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정국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정국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국감이나 각종 법안처리일정의 지연도 불가피해 보인다.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7시께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총회를 열고 여야 합의안을 거부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도록 우리가 제안했던 법안내용을 고수하고 그 원안을 관철시키겠다"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행동들을 하나씩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지속적으로 유가족을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아침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아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과 면담했다. 그는 3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만나 "만족스럽지 않고 유가족의 마음을 다 담지는 못했다"며 여야 합의안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번 안을 재협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단식 중단과 여야 합의안에 대한 이해를 당부했다.
이어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마친 새정치연합은 안산팀(대표모임, 가족총회 파견), 광화문팀(단식중단 촉구 방문), 민변·대한변협팀, 시민사회 외곽팀 등 4개 그룹으로 당내 의원들을 편성하고 유가족 설득에 당력을 총집중했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야당 내에서도 합의안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오씨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이틀째 단식농성 중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유족들이 지나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유족들은 이미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했다"며 "대신 특검이라도 괜찮은 분이 임명될 수 있게 하자는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정·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 등 정의당 의원 5명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이날부터 청와대 앞에서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 역시 유가족들을 사전에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끝내 추인을 받지 못한다면 박 위원장의 정치적 내상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우선 처리하게 된다면 본회의는 오는 25일 열릴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이 기존 여야 합의대로 25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 사퇴론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재협상안 이상의 협상이 도출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킨 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