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보이는 시설물이 북한군 병사들이 우리 지역을 감시하는 초소입니다. 저쪽 능선 바로 밑에 200여가구로 이뤄진 북한 주민 마을이 보이시죠?" 대대장은 전망대 방문객들에게 육안으로 바라보이는 북한 측 지형을 상세히 설명했다. 방문객들은 다름 아닌 나의 포천초등학교 동기생 20여명이었다.
두 달 전쯤 한 동기가 봄에 소풍을 가자고 제안했을 때 내가 연천에 있는 5사단 열쇠전망대가 어떻겠냐고 말을 꺼냈는데 그것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열쇠전망대는 경기도에서 가장 동북단인 연천군 신서면에 위치한다. 전망대에서는 북한군의 초소와 마을을 바라보는 데 망원경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북녘 땅이 코앞에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여자 동기생들은 특히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대장의 설명에 귀를 쫑긋하게 세웠다.
며칠 전 정부에서는 비무장지대(DMZ) 일원을 생태보존형 관광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DMZ를 횡단하는 자전거 길과 생태평화공원ㆍ산림휴양치유센터 등을 조성하고 대성동 마을처럼 민통선 내 10여개 마을을 '체류형 문화관광마을'로 꾸민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획을 구체화하려면 접경지역까지 가는 교통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접근성이 없으면 접경지역은 계속해서 인적이 뜸한 썰렁한 변방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원선을 연천까지 전철화하는 일이 국책사업으로 확정돼 있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교통로 확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연천은 아직도 일부 지역이 북한에 속해 있다. 철새는 때가 되면 임진강ㆍ한탄강을 따라 남북을 자유로이 날아 둥지를 튼다. 북녘 하늘로 날아가는 물오리 떼를 바라보노라면 빤히 바라보면서도 갈 수 없는 처지에 가슴이 답답하다.
불과 2~3㎞ 떨어진 비무장지대 안에 아버지ㆍ어머니 묘소를 둔 자식들의 마음은 어찌할 것인가. 술 한잔 부모님 묘소 앞에 따라드리고 큰 절 한 번 드리지 못하는 자식들은 이제 대부분 환갑을 훌쩍 넘겼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이 세상에서 풀지 못할 망극의 한이 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하루빨리 실현돼 6ㆍ25전쟁 이후 가장 살벌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DMZ가 남북교류의 중심지요, 대륙진출의 교두보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