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부시 발언수위 싸고 촉각

WMD·북미대화등 시각차 사전조율 진통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0일 한미정상회담은 최종순간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현재 진행형'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외교당국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결과를 정해놓고 들어가는 회담이 아니다"며 "아직 조율이 끝난 것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미국측과 할 수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 동맹관계와 대북 햇볕정책ㆍ통상현안 등을 폭 넓게 논의하면서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무기 문제ㆍ북미대화 재개문제 등을 집중 조율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사전조율을 통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대한 큰 틀은 의견접근을 보았지만 회담 직전까지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을 계속할 방침이다. 막후 조율의 창구는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다. ◇ 부시의 WMD 발언 수위 김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북한의 WMD 확산 문제를 대(對) 테러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는 만큼 "북한의 WMD 위협에 대해 미국과 인식을 같이한다"는 점을 강조, 미국측의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통령은 ▦WMD 문제의 중대성 인식 ▦조속한 해결 필요성 ▦대화를 통한 해결 등 3원칙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WMD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경우 회담은 의외로 꼬일 수 있다. 특히 그는 이미 일본 도쿄에서 '악의 축'으로 지목한 3개국에 대해 "모든 대응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한 당국자는 "WMD 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수위가 회담의 최대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래식무기 언급 미국이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해 어느 수위까지 거론할 지도 회담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기본적으로 남북문제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으나 주한미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 미국의 관여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측의 인식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재래식 무기를 후방으로 배치할 것을 요구할 경우 북미ㆍ남북간에 복잡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 햇볕정책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대화의지를 강력히 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북관과 통일관에 대해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엄연한 현실이어서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 지 주목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철저한 상호주의와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 대북 메시지 일단 부시 대통령은 WMD 문제 등에 대해선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등 '강온 양면'의 언급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악의 축'과 같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고강도의 표현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리 외교 당국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통상문제ㆍFX사업 이번 방한일정이 짧아 통상문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수입자동차 관세율 인하ㆍ유전자조작(GMO) 농산물 표시제 완화ㆍ의약품 무역장벽 제거 등의 요구를 해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다음달 6일로 예정된 미국의 철강 산업피해 구제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자제하도록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또 물밑으로 차세대전투기사업(FX) 기종선정과 관련한 미 보잉사의 F-15K 전투기 구매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안의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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