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각종 질병의 진단률은 물론 생존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예정위험률(보험금 지급대상 질병 또는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수시로 변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난해 장기간병보험에 변경위험률제도(Non-guaranteed)를 도입한 데 이어 암ㆍ CI(치명적질병)보험 등 건강보험 전반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우리나라의 보험 모집 관행상 변경위험률 적용으로 중간에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계약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확대 적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이미 이 제도를 6개월 전에 처음 도입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업계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우려해 적당히 덮어두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보험상품도 의료기술 발달에 맞춰야”=보험사들이 모든 건강보험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변경위험률`제도는 시장금리 변화에 맞춰 금리를 변동시키는 `변동금리형` 상품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의학기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해 사망할 수 있는 환자도 앞으로 10년~20년 후에는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의학기술이 발달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비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보험은 미래의 상황에 맞게 위험률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경위험률제를 도입할 경우 중간에 보험료가 인상돼 계약자들에게는 불이익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위험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지 못할 경우 상품개발 때부터 위험률을 높게 책정해 처음부터 비싼 보험료를 받게 되므로 오히려 변경위험률을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이 발달한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에서는 변경위험률 적용이 보편화돼 있다. 또 최근 알리안츠생명은 5년 단위로 자동 갱신되는 CI보험을 개발했다. 변경위험률 적용이 어렵자 5년마다 한번씩 위험률을 조정하는 방식을 활용해 초기에는 보험료를 떨어뜨리고 추후 위험률이 오르면 보험료도 함께 올리는 상품이다.
대형 생보사의 한 상품개발담당자는 “건강보험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경위험률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감독당국이 건강보험상품 전반에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용인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확대 적용은 시기상조”=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모든 건강보험에 대한 변경 위험률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보험기간 중간에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계약자들이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보험모집 관행상 상품의 주요 내용이 계약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변경위험률에 관한 내용도 확실히 고지되지 않는다면 추후 보험료가 실제로 인상될 때 집단 민원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장기간병보험의 경우 생보사들은 판매 후 6개월 여 동안이나 변경위험률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아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생보사들이 상품 약관 및 청약서에 이 내용을 명기해 계약자들에게 충분히 알렸다고는 하나 변경위험률과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소비자들이 확실히 인지했을지도 의문이다.
시대 상황에 맞게 보험상품도 선진화돼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과 국내 보험사의 영업관행상 민원 발생의 소지가 있다는 감독당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변경위험률제 확대 도입이 올해 생보업계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