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표류 우려 당정갈등 '일단 진화'

내수기업 사업계획 지체등 부작용 확산도 부담
경기상황 어려워지면 추경불씨 다시 살아날수도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정책표류 우려 당정갈등 '일단 진화' 세출 구조조정·감세통한 경기부양에 힘실려정부 "내수 심각" 18대국회서 추경 재추진 여지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세계잉여금의 처리 향방을 놓고 정부와 여당의 양보 없는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있는 예산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정책의 변화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구나 청와대는 "4월 임시국회에서는 추경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추경을 통한 불필요한 당정 대립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추경 문제가 공론화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편성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데다 내수기업의 사업계획 지연으로 이어져 정책표류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정부는 "내수위축이 심각한 만큼 18대 국회 때라도 추경편성은 해야 한다"며 추경편성의 여지를 남겼다. ◇4월 추경 중단, 선(先)세출구조조정ㆍ감세에 힘 실려=정부는 현재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등으로 한정된 추경예산편성의 근거를 완화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을 손질하자고 나섰지만 여당 정책방향의 '키'를 쥔 이한구 정책위의장의 반대에 부딪혀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2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아직도 예산의 많은 낭비요소가 있다"며 선세출조정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는 게 낫다고 밝히면서 한나라당 쪽에 힘을 실어줬다. 추경은 여권뿐만 아니라 야당도 반대한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이 주도가 돼 추경편성의 규정을 바꿨다는 점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셈이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은 당장의 진통제가 될 추경보다는 감세(減稅)와 세출구조조정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2조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필요한 정책표류는 막자=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경편성 논란을 잠식시킨 데는 정책표류가 몰고올 부작용을 차단하자는 의도로도 읽힌다. 또 정치적 부담을 갖는 추경보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예산 낭비가 많다'고 보고 있는 만큼 당장에는 예산절감을 통해 활용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공직생활은 서울시장을 4년 했고, 새 정부 들어왔지만 아직도 많은 낭비 요소가 있다"면서 예산절감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다 지난 10여일간 추경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대립해왔지만 어느 것 하나 결론 난 게 없다. 되레 갈등의 전선만 더 확대되는 상황이었던 것. 한편 여당의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7ㆍ4ㆍ7공약을 만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는 현재의 경기침체가 심각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가 꺾이는 추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만큼 '재정을 통해서라도 일단 급한 불은 꺼야 한다'식의 소신도 피력하고 있다. 경제체질론 강화만을 강조하는 여당의 주장이 한가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체질론 강화를 반대할 관료가 어디 있겠느냐"며 "다만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을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행정편의주의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의장은 "관료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재정)지출을 늘리려는 속성 때문에 감세보다 추경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장은 심지어 "추경은 우리도 반대할 뿐만 아니라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며 "결과가 뻔한데도 임기 중에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옛날 스타일로 하는 게 문제"라면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장에 경제활성화는 힘들더라도 국가재정의 건전화와 민간의 자율확대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이루는 게 원칙이라는 얘기다. ◇정부, "18대 국회 때라도 해야"=4월 국회에서는 물 건너갔지만 그렇다고 추경 문제가 완전히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경기의 흐름에 따라서는 여당이 다수당이 되는 18대 국회 때 재추진이 가능하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에서는 추경편성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다음 18대 국회에서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오는 6월에 원구성과 추경편성을 함께 해서라도 추경을 시급히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상황은 추경을 미룰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추경을 명확하게 반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도 않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산을 늘려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예산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 "추경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강조한 것이며 추경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투자ㆍ고용ㆍ소비 등이 나빠지고 있는데다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라면서 "내수라도 살려야 소비에 기반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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