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군함제작 사업에서 무관세 혜택으로 얻은 262억원을 국가에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현대중공업이 고의로 세금을 회피하려 한 것이 아니라 변경된 수입통관절차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홍승철 부장판사)는 국가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현대중공업이 군함제작 과정서 내야 할 세금 262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면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계약 당시 수입제세비용을 내지 않을 방법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어 담당공무원이 계약금액을 부당하게 고가로 책정하게 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12월과 2002년 11월 국방부와 장보고Ⅱ 사업 등의 일환으로 1조788억여원을 받고 군함 4척을 제작해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군함 제작에 필요한 원자재를 독일 하데베사로부터 약 7억8천 유로(원화 약 1조 2천억원)에 수입하기로 했는데, 현대중공업이 이 수입계약을 인수하는 것을 납품계약의 조건으로 달았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원자재 관세에 해당하는 262억여원을 수입제세비용으로 국가에 납부한다는 산출내역서도 계약서에 첨부했다.
그러나 2003년 8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완성품의 경우 부품이 아니라 완성품의 수입통관 절차를 밟아 무관세로 처리한다’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통보가 현대중공업 측에 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현행 관세법상 완성된 군함은 무관세 완성품이라 계약서에 언급한 262억원을 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중공업이 국방부 문의를 거쳐 ‘부품에 대해 변경된 수입통관절차를 밟아도 된다’는 확인을 받아냈고, 무관세로 부품을 들여왔다.
그러자 국가는 “현대중공업이 수입제세비용을 낼 것이라는 전제하에 계약금액을 책정했는데 통관 절차 변경으로 이를 부담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