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판도 내달께 가닥

호주계 은행 ANZ 실사 마쳐 론스타와 본격 협상
국내 기관들은 "지분매각 서두르지 않겠다" 신중


외한은행의 매각 판도가 이르면 다음달 중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호주계 은행인 ANZ는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타진하기 위한 실사작업을 지난 17일 마쳤다. ANZ는 지난달 30일 개시했던 이번 실사를 위해 80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는 등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ANZ는 이번 실사를 통해 파악한 자료를 바탕으로 외환은행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조만간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 측과 인수가격 협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의 장부가치는 올해 6월 말 현재 주당 1만2,500원가량이다. 론스타는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주당 1만5,000원 이상의 가격에 지분을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의 총 매각가격은 5조원을 상회하게 된다. 이에 비해 ANZ는 3조원대의 인수가격을 론스타 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양측 간 간극은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다. 금융권은 ANZ의 이번 실사가 론스타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진 만큼 론스타 측이 매각 가격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이클 스미스 ANZ 최고경영자(CEO)도 "외환은행 지분 대량 매입은 ANZ의 아시아 확장전략에 분명히 부합한다"고 밝히는 등 외환은행 인수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처럼 ANZ와 론스타 간 외환은행 지분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외환은행의 또 다른 주주인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한발 물러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과거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인수 당시 일부 국내 금융기관이 헐값에 지분을 팔았다는 오명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던 만큼 이번에는 한층 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며 "1대 주주(론스타)와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을 팔 수 있는 조건인 태그어롱(tag-along) 옵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ANZ의 협상가격을 지켜본 뒤 조건이 괜찮으면 우리가 보유한 지분을 팔고 조건이 좋지 않으면 안 팔겠다"고 설명했다. 6월 말 현재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외환은행 지분율 수출입은행 6.25%, 한국은행6.12%, 국민연금 5.0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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