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선조들은 주거의 공간을 「방」과 「간」으로 구분해 사용하였다.「간」이란 짐승이나 물건을 놓아두는 「외양간」 「곳간」 등의 공간으로 사람들이 기거하는 「방」과 구별된다. 따라서 방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에 신성하고 정결해야 하며 더욱이 조선조에는 안주인이 기거하는 안채와 바깥주인이 기거하는 사랑채의 구별마저 엄격했다.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온통 방 투성이다. 다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도대체 알 수 없는 방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노래방은 노래하는 곳이고, 찜질방은 찜질하는 곳이고, 비디오방은 비디오 보는 곳이고, 전화방은 전화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꾸 궁금해진다.
물론 나라에서 허가해 준 방들이니 나름대로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해 보지만, 이제 10대들에게 내준 노래방은 갈 곳 없는 10대들이 모여 담배도 피우고 본드도 마셔댄다는 소리도 들리고,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는 찜질방에서는 하루종일 화투패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남녀 한쌍이 들어간 비디오 방에서는 무슨 영화를 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처음 음성으로 만나는 남자와 여자가 전화방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 지 모를 일이다.
뭐 그만한 일 가지고 성화냐고 할 지 모르지만, 이 모든 것이 일본에서 건너온 신풍속도이니 우리 선조가 갖고 있던 방 안에 일본의 문화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결국 주인이 바뀐 것 같아 내심 두렵기 그지 없다.
진정 예술이란 잣대마저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서 이렇게 은밀한 장소를 무턱대고 개방하는 우리의 문화정책은 무슨 목적과 지표로 국민을 이끌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오늘 저녁 뉴스를 보는 중에 스트레스 해소방이란 곳에서 접시를 깨부수고 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한 아가씨의 얼굴을 본 순간, 소름이 오싹 끼쳐서 해본 말이다.
아무래도 이 중 몇가지는 「방」대신에 「간」이란 명칭으로 간판을 새로 걸어야 하지 않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