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QE) 이슈에 원자재ㆍ상품 가격이 춤을 추고 있다. QE 축소를 앞당긴다는 소식이 나오면 달러 가격은 오르고 이 영향으로 금ㆍ원유ㆍ곡물 등의 가격은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QE 축소를 내년 3월로 예상하며 그 때까지는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원자재ㆍ상품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금과 원유 가격에 각각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려아연과 정유주 투자는 당분간 보수적으로 해야 되며 곡물 가격 하락이 호재로 작용하는 음식료주 투자는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지난 21일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양적완화(QE) 축소를 앞당길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선물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선물 12월물은 장중 1,24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금 가격은 사흘 만에 1,275달러에서 1,244달러까지 떨어졌다. 금 가격은 지난 주 QE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시장전망에 2주 만에 상승반전한 바 있다.
원유는 지난 9월 110달러선에서 94달러 수준으로 밀렸고 대표적인 곡물인 옥수수도 지난 6월 부셀당 568달러에서 429달러까지 추락했다.
원자재가격 하락에 관련주들의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금 가격에 영향을 받는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달 말 33만원선에서 이달 28만원까지 떨어졌다. 유가가 낮아지면 정제마진이 떨어지는 S-Oil도 주가가 지난달 8만원선에서 7만 3,000원까지 내렸고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15만8,000원에서 14만1,000원까지 내렸다. GS도 한 달여 만에 6만500원에서 5만4,500원까지 하락했다.
곡물가격이 하락하면 원재료 수입액이 줄어드는 음식료주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상이 이달 3만1,800원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3만5,000원 위로 올라섰고, 삼양제넥스도 최근 6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며 8만9,900원까지 올라 2개월여 만에 9만원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QE축소를 내년 3월로 보고 있다. 그 때까지는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원자재 가격이 하향안정화되며 현재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아원 이트레이드 증권 연구원은 "상품시장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가격을 억누를 것"이라며 "테이퍼링이 시행되기 전까지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상대적으로 오르기 어렵고 전기동 등 비철금속가격도 내년에 횡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금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고려아연과 같은 종목의 주가가 개선되기 힘들고 정유주들도 유가가 오르기 전까지는 횡보를 보일 것"이라며 "곡물가격은 수확량 증가로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식료관련 종목들에게 호재가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품가격추세가 변하는 시기를 내년 2ㆍ4분기 이후로 판단했다. 다만 금 가격은 테이퍼링 이슈 종료와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며 가격이 반등할 수 있지만 원유와 곡물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서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 가격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라며 "원유는 공급과잉과 수요증가 이슈가 엇갈리며 올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원유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제조업을 밀어주기 위해 원가절감 차원에서 공급을 늘리고 있고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조치가 풀리면 공급이 증가할 수 있어 큰 반등은 어렵다"라며 "곡물은 북반구인 미국의 수확량이 늘어나며 하락세를 보였지만 겨울부터는 브라질 등 남반구의 수확여부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