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8월 18일] 휴대폰업계 소프트웨어로 눈 돌려야

일본 게임업체 세가는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에서 20일 만에 미로 안에서 캡슐 안에 든 원숭이를 굴리는 9.99달러 아이폰용 게임 ‘슈퍼 몽키볼’을 230만개나 팔았다. 이미 개발해 놓은 게임을 1주일 만에 모바일용으로 전환해 3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가 대박이다. 출시 한달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300만대가량이 판매된 ‘아이폰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결과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지난 한달간 6,000만건 이상의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며 “하루 평균 매출이 100만달러로 한달 만에 약 3,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왜 애플은 3세대(3G)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았을까. 이 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다. 애플은 30%의 매출을 가져가면서 소프트웨어 판매 중개업자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많다. 마케팅ㆍ언어의 장벽없이 곧바로 해외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전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앱스토어로 몰려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사실 애플이 노린 것은 앱스토어 자체의 수익 증대가 아니다.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구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3G 아이폰 구입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함께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아이튠즈’가 히트친 것과 똑같은 이치다. ‘소프트웨어와의 연계’는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공통된 화두다. 구글은 개방형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구글폰’을 조만간 출시한다. 노키아도 최근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공개하는 한편 인터넷ㆍ음악 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과거 비교 포인트였던 디자인ㆍ기능 등의 요소는 이제 거의 대동소이해졌다.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휴대폰의 차별화를 좌우한다. 세상이 전광석화처럼 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아직 하드웨어 제조에만 매달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소프트웨어와 연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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