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없다 '우리'로 강해져라

브라질월드컵 한 달 앞… 태극전사 23인 첫 담금질

19일까지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입소… 홍 감독 "이제 시작"

발탁 논란 박주영 "국민이 믿어준다면 온 힘 다 쏟을 것"

구자철·손흥민·이청용·기성용·한국영 베스트11 유력


13일을 기준으로 브라질 월드컵이 정확히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의 월드컵은 이미 시작됐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월드컵에서 주연에 발탁되기 위한 대표팀 내부의 주전 경쟁이 그것이다.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12일부터 순차적으로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홍명보 감독을 시작으로 약속된 정오까지 속속 NFC로 들어서는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브라질에 입성할 최종명단에는 23명이 올랐지만 주전은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11명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 이날 박주영(왓퍼드)과 김신욱(울산), 이청용(볼턴), 기성용(선덜랜드), 정성룡(수원) 등 소속팀 일정에서 자유로운 9명이 1차로 NFC에 짐을 풀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19일까지 전원 가세한다. 손흥민(레버쿠젠) 등 '독일파'들은 13일 합류한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합류 시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다. 이에 대비한 훈련일정을 짜놓았다"며 "이제 시작이다. 좋은 출발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믿어달라. 온 힘 쏟겠다" 박주영 VS "나만의 색깔로 경쟁" 김신욱=최대 관심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원톱을 선호하는 홍 감독의 특성상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박주영이 주전, K리거 김신욱은 교체요원일 확률이 높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박주영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박주영을 최종명단에 넣었다. "박주영이 가진 경험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박주영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남은 한 달 새 상황이 역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박주영은 이날 '국민'과 '국가'를 거론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개인적 욕심으로 억지로 월드컵에 가지는 않겠다"며 "국가가 나를 원하지 않으면 뛸 이유가 없겠지만 믿어준다면 온 힘을 다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발탁에 대한 논란에 대해 "내가 봐도 당연한 반응"이라며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됐다"고도 했다. 발가락 부상에서 완전히 나았다는 그는 "믿어달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김신욱은 "K리그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나는 후보선수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나만의 장점도 있다. 지금까지 홍명보호에서 보여줬던 좋은 모습을 기억하면서 내 플레이를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196㎝의 장신 김신욱은 A매치 26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박주영은 62경기 24골을 자랑하지만 소속팀 왓퍼드에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새내기서 선임 된 쌍용='쌍용' 기성용(선덜랜드)과 이청용(볼턴)은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때만 해도 새파란 새내기였지만 어느덧 어엿한 선임이 됐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기성용은 "남아공 때보다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 면에서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우리 생각보다 강하다고 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후배들에게 일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청용도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면서 많은 경험을 쌓으면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청용 자신도 월드컵을 통해 잉글랜드 1부리그 팀으로 이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로서 베스트11은 박주영 원톱, 구자철(볼프스) 섀도에 손흥민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로 서고 기성용과 한국영(가시와)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유력하다. 수비는 김진수(니가타), 김영권(광저우 헝다), 홍정호(아우크스), 이용(울산)의 주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근호(상주)가 구자철의 자리를 위협하고 수비수 곽태휘(알 힐랄), 황석호(히로시마), 윤석영(퀸스파크), 김창수(가시와)도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첫 훈련임에도 NFC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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