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는 인수 참여 힘들듯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정식을 놓고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의 손뼉이 어긋나고 있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민영화 방침을 그대로 따르자면 현실적으로 우리지주를 인수합병(M&A)할 국내 민간 금융그룹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우리지주 민영화 방침의 주요 골자는 ▦우리투자증권+우리지주 묶음 매각 ▦내년 상반기 중 우리지주 민영화 마무리 ▦경남ㆍ광주은행 분리매각 등이다.

이중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지주 민영화 작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은 당장 KB지주의 M&A 전략과 부딪힌다. 어윤대 KB지주 회장은 앞으로 2년간은 M&A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공식화했다. 더구나 KB지주는 잇따른 경영권 불안의 상처를 보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당분간 내부 전열정비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1년 내 민영화를 매듭짓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KB지주는 우리지주 인수 유력 후보군에서 한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어 회장은 최근 한 사석에서 노조의 KB지주-우리지주 M&A 반대 등으로 KB지주 인수가 쉽지 않다는 고충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 회장은 따라서 국내 M&A 대신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 해외 은행 인수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공자위의 방침이 마뜩지 않다. 우리증권을 우리지주와 묶어 매각하면 그만큼 우리지주의 몸값이 올라가 한정된 재원 내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하나지주로서는 M&A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빚을 내거나 외부 수혈 없이 하나지주의 자체 현금동원력은 사내 유보금 중 현금화가 가능한 금액(약 2조원대 추정)과 연내 순익(1조원대 예상)을 고려할 때 3조원선. 여기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수혈을 받을 경우 최대 2조원선까지 추가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총 5조원대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우리금융을 묶음으로 할 경우 우리지주의 몸값은 7조원대로 추정된다.

물론 하나지주가 주식 맞교환 방식 등을 통해 합병할 경우 우리지주 M&A 비용은 크게 줄어들지만 여전히 하나지주로서는 가용 자금을 거의 바닥까지 긁어 모아야 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지주로서는 우리지주와의 합병 후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우리증권까지 품에 안을 경우 기존 하나지주그룹사인 하나대투증권과의 중복 투자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이 향후 국내외 M&A 전략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합병 후 통합(PMI)’의 성공 여부인데 M&A 비용이 늘어나고 기존 그룹사와의 업종 중복투자가 일어나게 되면 PMI를 단기간에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

신한금융지주는 애초 우리지주와의 M&A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지주 인수전을 준비 중인 MBK파트너스로부터 재무적 투자자(FI)로 동참할 것을 최근 제의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한지주는 FI 참여 후 풋백옵션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방안을 MBK 측에 요구했고 MBK 측이 해당 방안을 제시하지 않자 협상은 결렬됐다.

이처럼 유력 M&A 후보군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공자위가 굳이 내년 상반기로 민영화 종료시점을 못박자 제3의 인수자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 일각에서는 우리지주를 국민연금 등이 참여한 사모펀드(PEF)에 매각해 공적자금을 우선 회수한 뒤 해당 PEF가 이후 다시 우리지주의 새 임자를 찾아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