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국민장] 대나무로 만든 만장 시위용품 변질 우려

PVC관으로 교체

정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불교의례에 맞춰 제작된 대나무 만장(輓章)을 금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조계사에 따르면 29일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때 사용될 만장 2,000여장을 불교의례에 맞게 대나무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8일 정부의 금지조치로 갑작스럽게 PVC관으로 변경했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위에서 등장한 대나무를 죽창으로 규정해놓고 노제 때 사용될 만장까지도 시위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반대해 결국 PVC로 대체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장례문화를 시위문화로 보고 있다"며 "문화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이해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서울시청광장 봉쇄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 주변 차벽 설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사 반대까지 맞물려 각계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조계사 조문객들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더니 지금까지 유래돼왔던 대나무 만장을 PVC관으로 교체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는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는 수많은 시민불자들을 잠재적인 불법 폭력시위자로 보는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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