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북한을 제치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 미국과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이며 미국은 역내 국가 간 대화를 독려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이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갖는 의미에 주시하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 정부는 아시아 역내 국가들 간의 대화를 권장하고 있다"면서 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데 대해 "중국은 북한이 더 유익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방문의 순서를 분석하지는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시 주석의 방한이 보여주는 돈독한 한중관계는 싸늘한 북중관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며 "북한과 주변국들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갖는 상징성은 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시 주석의 방한은 중요한 이정표(milestone)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사인식 문제를 놓고 한국·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은 시 주석의 이번 방한에 한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통상 복수의 국가를 순방해온 시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 나라만을 방문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중 양국이 북핵과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연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NHK방송은 3일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주권과 영토를 둘러싸고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 대립하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역내 고립화를 피하려 한다"고 배경을 분석하고 양국 정상이 역사문제에서 어떤 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시 주석이 핵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는 북한이나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일본을 염두에 두고 안보 쪽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중국 당국이 시 주석의 이번 방한에 대해 "제3국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중협력 강화는 북한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