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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이 넘어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여름 휴가비 등 복리후생적 성격을 가진 급여는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정기 상여금을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포함시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대법원이 대구 시내버스회사 금아리무진 소속 운전사 구모씨 등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밝힌 판결의 연장선상에 있어 앞으로 법원에 계류돼 있는 180여건의 관련 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김소영 대법관)는 18일 자동차부품 회사 갑을오토텍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소송 2건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한테만 주는 생일 축하금, 휴가비, 김장 보너스 등 복리후생비 명목의 임금은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소 승소 또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 등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통상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명칭이나 지급주기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근로의 대가로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김장비 등 복리후생비와 관련해서는 "근로의 대가인지와는 상관없이 지급일 등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임금은 근로의 대가성이 없고 연장·야간·휴일 제공 시점에 재직 중이라는 지급조건이 성립될지 여부가 불분명해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그동안의 논쟁이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된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앞으로 복잡한 임금체계를 손질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기본급과 복잡한 수당으로 구성되면서 통상임금 논란을 촉발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정부 작업을 통해 이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노사합의와 신의성실 원칙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로 기업은 과거 소급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임을 확실히 한 만큼 노사정이 힘을 모아 임금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