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신용평가社 신흥시장 평가 ‘극과 극’

양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신흥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13일 무디스가 지난 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그 동안 보여왔던 신흥시장에 대한 무디스와 S&P사이의 시각차가 다시 한번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디스가 지난 8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인 `Baa3`로 상향 조정한데 반해 S&P는 이러한 무디스의 조정을 성급한 조치라며 비난하며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아직까지 투기 등급으로 묶어 놓고 있기 때문. 무디스는 러시아의 현재 경제 성장 속도와 외채 상환 능력 등을 감안할 때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S&P는 금융 시스템 등 기본적인 경제 개혁 없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 12월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 역시 간과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신흥시장에 대한 무디스와 S&P와의 입장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디스는 카자흐스탄 공화국에 대해서도 2년 전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한 후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S&P는 여전히 이에 대해 투기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또 S&P는 무디스가 멕시코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에서 투자적격 등급으로 끌어올린 이후 2년이 지나서야 멕시코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이들 양대 신평사들의 입장차가 투자자들의 서로 엇갈린 기대로 이어지며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특히 이들 두 회사가 전체 신용평가 시장의 8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입장차는 투자자들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투자등급이면서 동시에 투기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 등의 금융상품은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밖에 없다며 신평사들은 신용등급 조정 혹은 유지에 대한 보다 충분한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