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田夏鎭)사장은 8일 『미국의 이번 예비판결을 계기로 국내 컴퓨터업체도 적극적인 권리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安哲洙)소장도 『MS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국내 업계의 이같은 반응은 그동안 MS의 독점에 대한 반감이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MS는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우선 가격만 놓고 보더라도 MS-DOS는 3만원대에 불과했지만 윈도3.1은 10만원, 윈도98은 25만원까지 치솟았다. MS-DOS 시절에는 IBM의 OS2, K-도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했지만 이후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지자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가의 운영체계(OS)로 인해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비싼 컴퓨터」시대를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연초만해도 PC는 200만원 이상의 목돈을 줘야만 살 수 있는 고가품이었다.
국내 컴퓨터업계에서는 이번 독점판결이 곧바로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OS 시장에서의 경쟁체제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리눅스의 급부상이 예상된다. 리눅스는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어 누구나 제품을 개발할 수 있고 가격도 5만원대(데스크톱 PC용)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인터넷 서버 시장의 경우 이미 점유율이 50%를 넘고 있다.
최근에는 데스크톱 PC시장으로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미지리서치가 「미지리눅스」를 발표한데 이어 리눅스원 등이 잇따라 데스크톱 PC용 리눅스를 내놓고 있다.
특히 국민 PC를 선보인 12개업체 중 6개사가 리눅스를 선택사양으로 채택하는 등 반MS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여기에 리눅스한글과 한글폰트가 개발돼 사용자의 선택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MS는 최근 리눅스의 급신장에 위협을 느껴왔다. 여기에 독점판결까지 받아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MS가 윈도 가격을 내리거나 경쟁업체에게 일부 소스를 공개할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보고 있다. 또 MS의 장기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예전처럼 공격적인 영업행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MS는 이밖에 정보가전기기용 OS로 윈도 CE를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기기에 모두 윈도CE를 탑재한다는 게 MS의 전략. 그러나 윈도CE는 쓰리콤의 팜OS에 밀려 PDA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이번 판결로 셋톱박스, 게임기 등 다른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MS의 목표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S는 또 중대형 컴퓨터시장을 겨냥, 윈도 NT도 내놓고 있다. MS는 내년 2월 윈도NT 차기 버전으로 윈도2000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이 또한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3월 불붙었던 용산상인들의 MS 반대 서명운동과 같은 반MS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문병도기자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