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업계 , 정·재계 유력인사 2·3세 두각

이상호 이학수씨 차남… 동양매직 인수 주도
이상훈 이상호 대표의 형… 이노션 등 투자 성과
구본웅 구태회씨 장손… '포메이션8' 이끌어
정도현 정형근 전 의원 아들… '도미누스' 대표

이상훈 대표

구본웅 대표

정도현 대표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자로 글랜우드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이같이 발표하자 사모투자펀드(PEF)업계는 깜짝 놀랐다. 신생 업체인 글랜우드가 농협 프라이빗에쿼티(PE)와 짝을 이뤄 현대홈쇼핑·한앤컴퍼니 등 거물급 인수후보를 제쳤기 때문이다. 글랜우드-농협PE는 동양매직의 예상 몸값인 2,500억원을 크게 넘는 3,010억원을 써내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글랜우드의 동양매직 인수 성공에는 지난 2014년 합류한 이상호 대표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이 대표는 한때 삼성그룹의 2인자였던 자산가인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의 2남 1녀 중 차남이다. 그는 2013년까지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에서 근무하며 기업 인수합병(M&A) 업무에 전문성을 키워왔다. 동양매직은 글랜우드-농협PE 인수 후 반년 만인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50% 이상 급증했다. 이 대표가 부친의 경영능력에 뒤처지지 않는 실력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

PEF업계에서 이 대표처럼 정·재계 유력인사의 2·3세 및 사위들이 대표나 파트너로 일하며 폭넓게 활약하고 있다. 이 대표의 형인 이상훈 모건스탠리PE 대표의 실력은 M&A업계에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11년부터 모건스탠리PE를 이끌고 있는 그는 외식 브랜드 '놀부'를 운영하는 놀부NBG를 비롯해 현대로템·전주페이퍼·이노션 등에 투자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PEF인 포메이션8을 이끌고 있는 구본웅 대표도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출신인 구 대표는 LS전선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11월 옐로모바일의 1억500만달러 투자 유치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설립 4년 만에 국내 PEF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정도현 대표는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자제다. 도미누스는 KG그룹과 함께 이니시스(현 KG이니시스)를 인수한 데 이어 이랜드와 손잡고 케이스위스(K-SWISS) 인수에도 참여했다.

국내 사모펀드를 대표하는 MBK의 김병주 회장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다. 국내 PEF의 새 강자로 부상한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다. PEF와 연관성 높은 주식발행시장(ECM)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최근 승진한 김현준 KB투자증권 이사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훤미씨의 둘째 사위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유명인사의 가족 및 인척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 대해 폭넓은 인맥과 정보력이 본인의 실력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업계 특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PEF는 개인투자자보다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나 기업·자산가 등에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고 소수에게 유통되는 고급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력인사의 자제나 친인척 간에 집안 배경 등 인연을 바탕으로 협업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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