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많아도 건강엔 큰 영향없어

사람을 포함해 모든 포유동물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요즘 같은 날씨나 몸에서 열이 날 때 체온조절은 온도 감지기 역할을 하는 피부의 온점과 뇌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 중추에 의해 이루어진다. 피부 온점이 자극을 받으면 그늘이나 시원한 장소로 몸을 옮기게 되고, 신경을 통해 뇌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 중추로 전달해 체온을 낮춘다. 또 더워진 피는 체온조절 중추를 직접 자극해 체온을 낮춘다. 체온을 낮추는 방법은 피부혈관을 확대시키고 교감신경을 통해 땀을 분비하거나 숨을 헐떡이게 해 열을 많이 배출시킨다. 근육을 이완시켜 열 발생을 줄이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ㆍ을지대학병원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땀과 건강의 상관성에 대해 알아본다. 피부에 있는 200만개~500만개의 땀샘에서 나는 땀은 덥거나 열이 날 때만 나는 것은 아니다. 긴장을 하면 손바닥이나 발바닥ㆍ겨드랑에서 땀이 난다. 이는 대뇌피질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시험을 치르거나 운동경기를 하는 긴장된 순간 손에서 땀이 나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또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얼굴이나 머리 속에서 땀이 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철 이열치열이라고 하며 뜨겁고 매운 음식을 땀을 흘리며 먹으면서도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땀은 땀샘에서 분비된다. 땀샘은 손바닥ㆍ발바닥ㆍ겨드랑이ㆍ이마에 특히 많다. 땀의 주성분은 물이고 염분과 요소ㆍ유산 등이 소량 들어 있다. 체온조절이 주요 기능이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하루 흘리는 땀의 양은 600~700㏄ 가량인데 한여름이나 심한 운동을 할 때에는 하루에 10리터를 흘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는 땀을 많이 흘리면 염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것과, 땀을 많이 흘리면 노폐물이 빠져 건강해진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분명한 것은 마라톤이나 장거리 행군과 같이 극한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린다고 따로 염분을 보충할 필요는 없다. 억지로 땀을 흘린다고 몸의 노폐물이 빠져 몸이 크게 건강해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운동 등 땀이 나야 할 때 적절히 나면 편안하고 보기에도 좋다. 그런데 간혹 땀이 부적절하게 많이 나와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다한증이라고 한다. 다한증은 크게 전신적 다한증과 국소적 다한증으로 나눌 수 있다. 전신적 다한증은 온 몸에서 땀이 과도하게 나는 경우로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같은 질환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얼굴ㆍ손바닥ㆍ발바닥ㆍ겨드랑이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국소적 다한증은 대부분 특별한 질환 없이 발생한다. 땀을 많이 흘린다고 몸에 크게 해로운 것은 없지만 다한증은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긴장을 하면 누구나 손에서 땀이 나는데 손바닥 다한증이 있는 사람들은 땀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 종이가 젖어 필기를 할 수 없고, 악수를 할 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까 두려워 회피하기도 한다. 또 물건을 쥘 때 미끄러지기도 하고 전기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경우 감전의 위험이 있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손이 미끄러지거나 악기가 손상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물론 데이트 할 때 이성의 손을 잡기도 껄끄럽다. 겨드랑이에서 땀이 많이 나는 경우는 옷이 젖고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을 때 땀이 흘러 민망하다. 발바닥에서 땀이 많이 나면 구두가 쉽게 망가지고, 무좀이 생기기 쉬우며 미생물 번식으로 냄새를 유발 할 수 있다. 미각성 다한증이 있을 경우는 식사 시 얼굴과 머리에서 땀이 엄청나게 나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이같이 다한증이 있으면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많은 불편함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러한 다한증은 여러 방법으로 치료 할 수 있다. 전신적 다한증의 경우 몸에 이상이 있어 발생 할 수도 있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으면 조금만 더워도 땀을 많이 흘린다. 결핵과 같은 만성질환이나 호지킨씨병 등이 있으면 잘 때 땀을 흘린다. 전신적 다한증은 땀을 많이 나게 하는 이와 같은 원인질환을 찾아 치료를 하면 되나 특별한 원인이 없이 생긴 경우는 치료하기 어렵다. 국소적 다한증은 당뇨병이나 폐경기에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병하며 상당수가 가족력이 있다. 국소적 다한증은 발한 억제제를 바르거나 이온영동치료ㆍ약물복용국소절제술ㆍ교감신경절제술ㆍ보톡스 주사법ㆍ바이오피드백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발한 억제제란 땀을 줄이는 약물로 염화알루미늄이 주성분이며 약국에서 판매한다. 문제는 염화알루미늄이 물과 반응하면 염산이 생성될 수 있어 바르는 데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온영동치료는 전기의 힘으로 약물이나 이온을 국소 투여하는 치료법. 손바닥ㆍ발바닥ㆍ겨드랑이 다한증 시 수돗물 속의 이온만으로도 치료 할 수 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 큰 부작용 없이 치료 할 수 있지만 여러 번 치료를 받아야 하고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땀샘 차단 치료법 박만실(을지병원 흉부외과 교수) 땀은 교감신경 자극으로 땀샘에서 나는 것이므로 땀샘으로 가는 신경을 차단해도 땀이 나지 않는다. 땀을 나게 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은 ▲약물요법 ▲보톡스 주사법 ▲교감신경절제술 등이 있다. 교감신경 끝에서는 원래 카테콜라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땀샘에 분포하는 교감신경의 끝에서는 특이하게 부교감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따라서 부교감신경차단 약물인 항콜린제를 사용하면 땀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항콜린제를 사용하면 입안의 침이 나오지 않아 목이 마르고 눈과 소화기계ㆍ순환기계ㆍ비뇨기계 등에 부작용이 커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보톡스 주사법은 세균의 독소로 신경을 마비시키는 치료법으로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가 일시적이며 시술 시 통증이 있고 감각이나 운동기능의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수술 후 몸의 다른 부위에서 땀이 증가되는 보상성 다한증과 식사 시 얼굴에서 땀이 많이 나는 미각성 다한증이 심하게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긴장을 완화시키는 약물도 있다. 근육 긴장상태나 맥박 등의 상태를 눈으로 보면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훈련을 통해 땀을 억제하는 바이오피드백 방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방부제로 사용되는 화학약품을 피부에 발라 땀이 나지 않게 하기도 하고 겨드랑이 다한증의 경우는 피부를 국소적으로 절제하거나 땀샘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치료법이 다양한 것은 부작용이 없고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의미와도 같다. 최근에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교감신경절제술과 보톡스 주사법이 많이 사용되지만 교감신경절제술은 보상성 다한증과 미각성 다한증과 같은 합병증이 문제가 되며 보톡스 주사법은 비용이 많이 든다. 발한 억제제나 이온영동치료와 같이 비용이 적게 들고 큰 부작용이 없는 치료를 먼저 받아본 후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교감신경절제술이나 보톡스 주사법 같은 치료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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