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범행을 저지르는데 영향을 미쳤다면 정상인의 동일한 범행에 비해 법원은 관대한 처벌을 할까? 최근 미국에서는 약물 부작용을 고려해 형을 감경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미국 플로리다 연방법원은 항우울제 ‘팍실(Paxil)’을 복용한 후 충동조절장애에 빠진 상태에서 자신이 임원으로 근무하는 회사의 공금 18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패트릭 헨리 스튜어트(Patrick Henry Stewart)에 대해 석방결정을 내렸다.
주심판사인 제임스 무디(James Moody)는 최소 3년 반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배척하면서, 스튜어트에 대한 석방과 동시에 1년간 가택구금 및 5년간 보호관찰을 명했다. 스튜어트는 교도소에 수감되는 대신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보호관찰을 받으면 된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조울증에 해당하는 쌍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를 가진 사람이 팍실을 복용할 경우 심각한 충동조절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스튜어트가 최근 쌍극성 장애로 팍실을 수년간 복용한 것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으며 무디 판사가 이를 받아 들였다.
팍실은 세계적인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사가 제조판매하고 있는 우울증치료제인데, 그 부작용으로서 폭력적 행동,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범죄에 대하여는 형량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심신장애로 간주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충동조절장애일지라도 심각하여 원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2년 생리전 증후군에 시달리던 피고인이 범한 절도 행위에 대해 “(피고인이)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병적절도(생리전증후군)'라는 병명으로 진단을 받았으므로 심신미약 감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2도1541 판결).
김 정 훈 변호사 (한국, 미국 뉴욕주), 법무법인 바른 jhk@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