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Joy] 情으로 만든 버거 ■‘영철 스트리트버거’ 이영철 사장상여 빌릴 돈이 없어서 아버지 관을 수레로 옮겼죠가맹점 내달라는대로 내줬으면 20억은 벌었을 겁니다사람 대접해준 학생에게 파는건 버거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관련기사 [Living & Joy] 전체기사 보기 “좋은 일 해놓고 돈 욕심 낼순 없어” “사장님께 배운 걸로 밥집 차려 볼래요” 세상에는 남들에게서 받은 냉대와 수모를 똑 같은 방식으로 되갚는 사람과, 이를 사랑과 용서로 되돌려 주는 사람이 있다. 고려대학교 앞 리어카에서 햄버거를 만들어 팔아 유명해진 이영철(38)사장은 후자의 부류다. 이씨의 나이 열 한살이던 어느 추운 겨울날, 폐병을 앓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가난한 그의 집안은 딴 집 처럼 상여를 빌릴 수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한 소년 이영철은 엄동설한에 입을 옷 조차 변변치 못해 반팔 티셔츠 한 장 만 걸치고 아버지의 관을 리어카에 실어 장지로 끌고 갔다. 기자는 초등학교 4학년 짜리 사내 아이가 끌고 갔을 리어카와 관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 날 이후 소년 이영철 앞에 펼쳐질 곤고한 삶은 가늠할 수 있었지만, 그가 겪은 핍박과 고난이 타인에 대한 베풂으로 이어진 과정은 추론할 수 없었다. 그 날의 막막함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아버지를 땅에 묻던 날은 너무 추웠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헤쳐 가야 할 삶이 두렵지 않았느냐”는 똑 같은 두 번째 질문에 그는 “그 때 나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며 “아버지를 잃은 서글픔과 상여를 빌리지 못한 서러움 보다는 너무 추워 이빨이 부딪쳤던 것 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요즘도 11월만 되면 내복을 입는다”고 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언론에 보도 됐다. 수 많은 언론이 그가 고려대에 해마다 쾌척하는 장학금 2,000만원에 대해 기사를 썼다. 또 다른 언론들은 그가 하루 판매하는 1,500개라는 버거의 숫자에 대해 보도 했다. 출판사들도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겠다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는 출판사들의 제의를 뿌리쳤다. 책이 나오면 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가맹점을 내게 해달라고 졸라댈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가맹점을 내주면 떼돈을 벌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기 처럼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 할 수 없었다. 그는 당장 벌 수 있는 돈 보다도 감당할 수 없는 뒷일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해냄 출판사의 ‘40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성공한 이영철이 아닌 실패와 좌절 속에서 방황했던 인간 이영철의 진솔한 이야기를 알려보자’는 제의에 자서전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달 7일 출판 된 ‘내가 굽는 것은 희망이고, 파는 것은 행복입니다’라는 긴 제목의 책은 한 달이 안돼 초판이 매진되고 2판 인쇄에 돌입했다. 그의 우려(?)대로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고서야 가맹점을 내주지 않으려는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버거를 파는 게 아니라, 냉대 받고 구박 받던 그에게 사람 대접을 해 준 학생들이 좋아서 그에 대한 보답으로 버거를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철스트리트버거의 영업기법은 세간의 사고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고객이 좋아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 팔겠다는데 거기에 무슨 논리와 분석이 필요하겠는가. 영철스트리트버거를 학문적, 논리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디지털 체온계로 정(情)의 온도를 재어 보겠다’는 현학(衒學)의 치기로 비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입력시간 : 2005/11/30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