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개혁에 대한 외국의 시각이 환란 이후 1년만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26일 발행된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의 「98~99 아시아경제조사」는 이같은 외국의 시각을 상당 부문 반영하고 있다. 조사보고서에서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내년이 한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면서도 이는 곧 경제회복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ABN 암로사의 델 릭스 수석연구원은 『지난 8~10개월 동안 이뤄진 한국의 경제개혁이 지난 8년간의 일본 경제개혁과 맞먹는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부의 정책의지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반면 외국투자자들은 정부부문에 비해 기업부문은 개혁의 성과물들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개혁 성공에 대한 외국인의 잣대가 이제 정부에서 재벌로 넘어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보고서에서 내년의 한국경제에 대한 예상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4%로 여전히 어렵겠지만 올해 마이너스 6.8% (예상치)보다는 올라갈 것이라는 ABN 암로 증권의 전망치를 예로 들었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중반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은 후 하강속도 감소에 따라 경제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최저점을 탈출하는데는 정부 정책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있다.
지난 9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경기부양 의지 천명을 예로 들며 앞으로 금리하락과 신용경색 해소를 위한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비롯, 실업자 지원과 내수진작 등을 위해 GDP의 5%까지 묵인할 재정적자정책 등에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말 2,000원까지 올라갔던 원화의 안정, 60억달러에서 434억달러로 7배이상 늘어난 가용외환보유고, 30%에서 10% 아래로 떨어진 하루 초단기 금리 등 놀랄만한 경제안정이 이같은 정책추진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문제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이 여전히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해 아직도 불투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안정성장의 기반구축을 목표로 한 개혁이 충분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조사보고서는 한국이 주요한 정책결정을 회피, 결국 개혁을 지연시키는 일본과 같은 운명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통화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부양으로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고통을 덜게 되겠지만 취약한 기업들마저 이 기회를 이용, 퇴출을 피하게 돼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진행중인 개혁들과 그 평가
개혁은 우선 금융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있다.
올해말까지 한국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64조원(460억8,000만달러)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이는 금융부문에 내재는 전체 부실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또 이미 3개의 주요은행들이 합병했으며 다른 두 개의 시중은행이 합병을 진행하고 있고 30개 종합금융사중 16개가 영업권을 잃었다.
정책결정권자들은 이같은 금융부문이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강한 경쟁력을 갖게되면 금융권 전체의 신용경색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있다.
문제는 개혁에 대한 한국 재벌들의 소극적인 자세라고 지적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이 여전히 대규모 퇴출과 재기에 필요한 개혁을 피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비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재벌 경영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고 있어 대규모의 외국인 투자는 거의 없다 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변화가 기업부문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있어 기업의 시설과잉이 한국의 경기전환을 가로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의 폴 슈미크 이사는 『모든 병은 일시적으로 회복이 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심장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