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관행개선 계기로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과 할인점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이번 조사가 공정위의 혁신적인 계획인 CMP(Clean Market Projectㆍ포괄적 시장개선)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유통업체에 물건을 공급하던 하도급 납품 업체들은 이번 조사가 업계의 이면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사의 효과에 반신반의 하는 눈치다. 왜냐하면 유통업체들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실시될 때 마다 시정을 다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하도급 업체들을 압박하는 버릇이 되살아나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규모 의류 유통업체를 경영하는 A씨가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 하면서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목격한 불공정 거래 유형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유통업체의 자사상표 부착상품 (PB: Private Brand)을 납품하면서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들이다. 드문 경우이지만 일부 유통업체는 PB상품을 제조업자에게 구입한 후 소비자에게 팔아 마진을 챙기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면계약을 통해 반품을 강요했다. 게다가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사 상표가 붙었다는 이유로 반품한 상품 마저도 다른 경로를 통해서는 팔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 납품업체들은 기존에 부착했던 상표를 제거하는 번거로움 까지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A씨는“일부 유통업체는 납품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잔금을 지불하는 대신 팔다 남은 재고를 되돌려 준 적도 있었다”며“이 같은 조건으로 거래되는 상품이라면 말이 좋아 PB상품이지 납품업자에게 리스크를 다 떠넘기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요즘 대형 유통업체들은 신정부가 들어선 후 시작된 공정위의 조사와 내부거래 조사 등으로 `죽을 맛`이라고들 한다.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이 겪고있는 고통이 그토록 절절하다면 이제는 자신들로 인해 납품업체들이 감내해왔을 아픔을 헤아려, 그릇된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진열대에 놓인 상품에 제조업자의 고단한 한숨이 깃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마음인들 가벼울리는 없기 때문이다. <우현석기자(생활산업부) hnskwoo@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