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조세회피국과 전쟁 박차

"이자소득세 지침 조속히 개정"
일부회원국 반대…난항 예고

유럽연합(EU)이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안도라, 스위스 등 일명 ‘조세회피국(tax haven)’들과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수십억 탈세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유럽 대륙 조세회피국을 규제하기 위한 싸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와 관련, EU 재무장관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부자들의 탈세 행각을 막기 위해 2005년 도입된 EU 이자소득세 지침을 신속히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이자소득세 지침의 적용 범위를 개인 계좌뿐만 아니라 기금 또는 재단까지 확대하고 모든 EU 회원국에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검사들은 자국 부자 수백여명이 리히텐슈타인에 거액의 예금을 은닉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독일의 제안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그리스 등 EU 대다수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자소득세 지침 개정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일부 회원국들이 지침 개정안이 EU 회원국이 아닌 조세회피국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아야 한다면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3국은 현 EU 이자소득세 지침에서도 다른 회원국들과 세금 정보를 교환하는 대가로 이자 세금을 보류할 수 있도록 유예하고 있으며 엄격한 은행 비밀 규칙을 보호하는데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빌헬름 몰테러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오스트리아는 조세회피국이 아닌 투명한 국가”라면서 자국의 은행 비밀법규가 책임 있게 운용될 경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슬로베니아는 EU 집행위원회에 이자소득세 지침 개정안을 예정보다 몇 개월 앞당겨 오는 5월까지 제안해줄 것을 요청했다. EU 관리들은 라즐로 코바치 EU 조세담당 집행위원도 당초 연말께 발표할 예정인 지침개정안을 앞당겨 제안할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EU 조세 법규 개정안은 27개 회원국 전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EU 재무장관들은 역내 은행들에 대해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인한 손실을 신속하고 철저히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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