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농림지 지침’ 완화땐 여의도 154배 개발가능

정부의 준농림지(현 관리지역)개발완화 방침으로 여의도 면적의 154배(1,300㎢)이상의 토지가 개발가능지(계획관리지역)로 추가 편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규제는 풀고 투기는 잡겠다`는 정부 토지정책이 지난 90년대 준농림지제도 도입 당시처럼 `땅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사고 있다. 27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각 시ㆍ군이 관리지역 세분화의 기초가 되는 토지적성평가의 지표의 선택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관련 지침을 완화할 예정이다. 현행 지침은 18개 표준지표(필지 내 도시용지비율, 기존개발지와의 거리 등)와 5개의 대체지표(지가수준, 도시용지 인접비율 등)를 각각 개발ㆍ보전ㆍ농업 적성평가의 특정항목에만 쓰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새 지침은 이들 지표를 각 시ㆍ군이 실정에 맞도록 비교적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시ㆍ군이 관리지역 내 개발가능용지의 편입비율을 높일 수 있는 지표만을 골라 쓸 수 있어, 개발적성이 높은 4~5등급 용지가 전체 관리지역의 30%선(당초 예상치)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국토연구원과 민간 적성평가전문기관 관계자들은 예측했다. 이는 관리지역 면적이 전국적으로는 약 2만6,000㎢(경기도는 3,282㎢)인 점을 감안할 때 전국에서 1,300㎢(경기도에선 164㎢)이상이 개발가능지로 추가 편입됨을 뜻한다. 토지적성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적성평가지표가 완화될 경우 해당 필지 내 논ㆍ밭 비율이 높은 농지나 수목이 잘 보전된 임야 등이 개발지역과 가깝거나 지가가 높다는 등의 이유로 대거 개발가능지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가 불필요한 준농림지 규제완화를 통해 토지투기만 부추기게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병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지난 90년대에 정부가 택지공급확대를 내세워 준농림지제도를 도입하자 토지투기와 난개발이 일어났다”며,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은 개발정책은 땅값 상승의 부작용만 양산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한 과장급 공무원도 “정부가 `선계획ㆍ후개발`제를 도입해 놓고 스스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역설적”이라며 “농지ㆍ임야 등 땅투기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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