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빅딜과 중기] 구미·하남공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느낌입니다. 전혀 생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책도 없고 막연합니다. 그저 대우전자 광주공장이 존속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전남 장성 동화면에서 종업원 70명으로 년간 60억원가량의 세탁기 감속기어를 납품해온 성인전자 李준학(44세)관리부장은 대우전자가 삼성전자에 인수되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허탈해 했다. 하남공단 주변 안청동에서 종업원 60명으로 년간 65억원 정도의 PC콘트롤 판넬 아세이를 납품하고 있는 (주)미보의 具상곤(45세)부사장은 『삼성전자가 모기업 위주로 조직이 움직이는 인소싱(INSOURCING)인 반면 대우는 협력업체 위주의 아웃소싱(OUTSOURCING)의 생산관행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삼성은 적은 부품외에는 전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대우전자의 광주 납품업체 200여군데 중 삼성에도 같이 납품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는 『13년을 대우만 거래해왔고 최근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 천진에 종업원 40명을 고용, 똑같은 제품을 납품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부품을 자동으로 삽입하는 대당 2억5,000여만원의 기계를 2대 더 들여와 광주 3대, 중국 4대를 포함 7대를 투입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찌될 것인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냉장고 ·청소기·자판기·쇼케이스등을 생산, 연간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 광주공장 분위기는 인수할 업체이기에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으레 빅딜을 화제로 삼고 있다. 삼성 광주공장에 자판기 부품을 납품하는 나영산업의 高정주 사장은 『삼성의 인수로 기대가 큽니다. 광주지역이 이른바 백색가전센타가 이제 실현되지 않겠느냐』며 환영했다. IMF이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미공단은 대기업 빅딜 발표로 다시한번 충격속에 휩싸였다. 대우전자 납품업체인 D업체 종업원 최모씨는 『직원 모두가 빅딜발표이후 밤잠을 제대로 자지못하며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근무의욕까지 떨어지는 등 직장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향후 반도체 빅딜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LG반도체 구미공장 임직원과 가족, 관련 중소기업 종업원들까지 빅딜성사와 빅딜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미공단의 대표적 입주기업은 LG를 비롯해 삼성전자, 대우전자다. 구미공단 입주 369개 중소기업 대부분이 이들 3개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대기업의 성장과 퇴보는 지역 중소기업 존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구미공단은 대우전자가 삼성전자에 통합됨으로 인해 발생할 대우전자 구미공장의 처리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이 대우전자를 인수한 이후 구미공단내 대우전자의 공장가동을 현행대로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TV시장의 침체와 수출시장의 제한성 등을 볼때 이미 TV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이 굳이 대우전자의 TV생산시설을 가동할 것이냐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간 1,200만대의 TV브라운관을 제작해 이중 300만대를 대우전자에 납품하고 있는 오리온전기(주)의 경우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구미공장 처리여부가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전기(주) 관계자는 『통합이후 대우전자 구미공장이 가동되지 않을 경우 생산량을 적절히 조절해야만 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수출확대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H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우전자를 인수할 삼성이 대우전자 구미공장 TV생산라인을 멈출 경우 생산품 전량을 대우전자에 남품해온 업체로서 공장문을 닫아야만 한다』며 『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가 헛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구미공단 중소기업들은 또 대우전자의 빅딜에 이어 반도체빅딜이 다시한번 구미공단을 강타하지 않을 것인가 걱정하고 있다. LG반도체와 현대의 반도체부문이 통합될 경우 어떤 기업이 주도기업이 될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협력업체의 명암이 교차되기 때문이다. 구미공단내 LG반도체 식구 또한 1,800여명에 달하고 있고 연간매출액이 2,000억원에 이르고 있어 LG반도체가 자칫 현대의 반도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영향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구미=박희윤·광주=김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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